김용판(55)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검토하라는 경찰청장의 지침에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왔다.

지난해 대선 직전 국정원의 '댓글 의혹' 수사 당시 김 전 청장은 수서경찰서 수사팀에 영장 신청을 보류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는 김 전 청장이 수사에 압력을 넣은 대표적 사례로 지목돼 왔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판 전 청장의 공판에서 김기용 전 경찰청장은 자신이 실무진과 상의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김용판 전 청장이 재검토 지침에 '서울청에 맡겨주시죠'라며 영장 신청을 재차 요청하지 않았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김용판 전 청장이 "소명자료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지금 영장을 신청하지 않으면 모든 책임과 부담을 경찰이 떠안을 게 명확하다"는 이광석 당시 수서경찰서장의 의견을 전달하며 영장 신청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청은 검찰 협의와 내부 검토를 거친 끝에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결론 짓고 영장 신청을 보류하도록 했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구체적 사건의 압수수색 영장과 관련해 지방청장에게 직접 지시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상당한 압력을 느낀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김기용 전 청장은 대선 투표를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16일 밤 늦게 증거분석 결과 보도자료를 배포한 데 대해 "시간이 너무 늦다는 생각은 했지만 결과가 나오면 무조건 발표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