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6일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한 대기업 부스에서 상담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박람회엔 롯데, 한화, CJ, GS, 한진, LG, 삼성, 신세계, SK그룹, 신한은행 등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및 협력사가 참여했다. /연합뉴스 |
초겨울 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 박람회'는 취업 희망자들의 구직 열기로 가득 찼다.
오전 10시인 행사 시작시간 전부터 입구 검색대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늘어서 주최 측이 검색대를 추가로 개방해야 했다.
행사장으로 들어선 구직자들은 기업별로 채용 정보를 적어둔 대형 게시판 앞에 몰려들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수첩에 옮겨적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했다.
이날 박람회에선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중년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조혜경(49·여)씨는 "7년 전까지 학교 강사로 일했는데 남편이 해외로 발령나서 함께 나갔다가 올해 귀국했다"며 "이젠 자녀들이 장성해서 시간적 여유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일을 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교육 분야에서 다시 일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가 시간제 일자리 취업에 성공한 직원이 상담에 임하는 기업도 있었다.
CJ그룹 부스의 손복희(39·여)씨는 "자녀 문제로 일하는 데 시간적 제약을 받고 있다면 시간제 일자리가 알맞다"며 "진정성을 가지고 나만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풀어나가면서 면접에 임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구직자들에게 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
▲ 26일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 앞에서 박람회에 참가하려는 구직자들과 행사 관계자들이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박람회엔 롯데, 한화, CJ, GS, 한진, LG, 삼성, 신세계, SK그룹, 신한은행 등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및 협력사가 참여했다. /연합뉴스 |
주로 경력직을 뽑기 위한 박람회지만 취업난 탓인지 생애 첫 일자리를 찾아나선 구직자들도 많았다.
지난 8월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진선(24·여)씨는 "취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 시간제도 같이 알아보고 있다"면서 "마케팅을 주로 공부해서 그쪽으로 진로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 전문대 졸업을 앞뒀다는 최영종(23)씨는 "물론 전일제 일자리를 선호하지만 시간제는 대우가 어떤지, 급여 수준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알아볼 요량"이라고 말했다.
구직 활동은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백발이 성성한 김창준(73)씨는 "교통정리 일을 하면서 받는 20만원과 기초노령연금 7만7천원으로 생활한다"며 "그 돈으로는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다른 일자리가 없나 알아보려고 왔는데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이 많지 않아 쑥스럽다"고 말했다.
기업별 부스 앞은 상담 차례를 기다리는 구직자들로 붐볐다. 신세계 부스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서 번호표 뽑는 기계가 고장 날 정도"라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애초 2만명 정도가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전에 이미 2만명을 넘어섰다"며 "얼마나 몰릴지는 지금으로선 추산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에 참가한 삼성, CJ, GS, 신세계, SK 등 10개 그룹 산하 82개 기업은 심리상담사, 통·번역사, 변호사, 약사 등 150여 개의 직종에서 채용 설명, 원서 접수 등을 진행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박람회장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시간제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개선하지 않은 채 '정규직 시간제'라는 거짓 홍보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 박람회는 '저임금 알바 일자리 전시회'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