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 이상의 세금을 1년 넘게 체납한 2천598명의 명단이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됐다.

국세청은 고액 체납자 개인 1천662명과 법인 936개 업체의 성명, 상호, 나이, 직업, 주소, 체납내용을 홈페이지(www.nts.go.kr)와 관보, 세무서 게시판에 28일 게재했다.

이번에 공개된 명단에는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양도소득세 등 715억원을 체납해 개인 체납자 가운데 체납액이 가장 많았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인 조 전 부회장은 2004년부터 84억1천600만원의 지방세도 체납한 상황이다.

이에 조 전 부회장 측은 "세금체납은 과거 한솔엔닷컴을 KT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세금 산정방식을 놓고 과세당국과 이견이 있어 발생한 것"이라면서 "세금이 확정됐을 때는 사업에 실패하고 세금을 낼 여력이 없어 불가피하게 체납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회장도 부가가치세 등 351억원을 체납했고, 전윤수 성원건설 대표는 증여세 224억원을 체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은 도매업을 하는 삼정금은(대표 권순엽)이 부가가치세 등 495억원을 내지 않아 체납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국세청은 명단공개제도에 대한 국민 관심도를 높이고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명단을 네이버, 다음[35720] 등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연결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신규 공개대상자는 지난해 7천213명보다 4천615명이 감소했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공개기준이 체납발생 1년 경과, 체납액 5억원(기존 체납발생 2년 경과, 체납액 7억원)으로 하향돼 이전까지 공개되지 않은 체납자가 일시적으로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체납자의 연령은 40∼50대가 전체 공개인원의 67.8%, 체납액의 67.9%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 지역이 개인 69.2%, 법인 70.1%에 달했다.

체납액은 5억∼30억원 구간이 개인이 60.5%, 법인이 54.5%다.

이번 공개 대상자는 지난 3월에 사전 안내를 통해 6개월간의 해명 기회를 주고 이달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체납된 국세가 불복청구 단계에 있거나 체납액의 30% 이상을 낸 경우는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

국세청은 이들 체납자의 숨긴 재산 신고를 통해 체납세금을 징수하는데 이바지한 신고자에게는 징수금액에 따라 5∼15%(최대 10억원)를 포상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국세청 김대지 징세과장은 "체납자 본인 외에는 일절 금융조회를 할 수 없는 금융실명법에 막혀 현실적으로 상습·고액체납자들을 추적하고 세금을 징수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체납자 친인척의 금융조회까지 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