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 절반 스마트폰 촬영
"95% 한글점자 몰라" 충격
"교실밖 교육 소중한 기억"
인천의 고등학생들이 '훈맹정음'을 창안한 송암 박두성 선생을 알리겠다며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제작해 화제다. 특히 올해는 일제치하에서 맹인들을 위한 한글 점자를 완성한 송암 박두성 탄생 125주년, 서거 50주기를 맞는 해여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영상을 제작한 주인공은 도림고등학교 동아리 시사다큐제작부 학생 13명이다.
제작기간 7개월, 총 21분 분량의 '송암 박두성 선생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송암 박두성 선생의 업적에 대한 소개, 유족의 인터뷰와 송암 선생의 묘역과 기념관 등을 둘러본 모습을 학생들의 시각에서 담아냈다.
시사다큐제작 동아리는 올해 4월 결성됐는데, 아직 1년이 채 안되다보니 제대로 된 촬영 장비 하나 없었다.
학생들은 무작정 스마트폰에 의지해 4월부터 제작에 들어갔고 그나마 다행스럽게 9월에 DSLR 사진기를 구했다. 영상의 절반 이상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장차 심리상담사·변호사·기자·작가·정치인 등의 직업을 가지는 것이 꿈인 이 학생들은 내 고장 인천에서 정작 인천출신 인물이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워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한다.
총감독을 맡은 2학년 이준원 학생은 "선생님 덕분에 송암 선생을 알게 됐는데 송암 선생의 존재를 모르고 또 그나마 잊혀져가고 있어 정말 안타까운 마음에 송암 선생님의 이야기를 제작했고, 취재를 진행하면 할수록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4월 첫 촬영을 하며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시민 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송암 선생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시민은 9%(18명), 또 '훈맹정음'이라 불리는 한글 점자를 안다는 시민은 5%(10명)였다. 이를 시작으로 송암 선생의 막내 딸인 박정희 여사를 만나고, 남구의 박두성기념관을 찾았다.
시각장애인도 직접 만나고, 제대로 된 안내 표지 하나없이 산자락에 숨어있던 묘소도 방문했다.
영상을 제작하는 7개월동안 학생들은 참 많이 배우고 느꼈다.
연출을 담당한 1학년 노승구 군은 "촬영 내내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송암 선생을 기리기 위한 사업이 여러 기관에서 제각각으로 진행되고 있어 안타까웠다"며 "지역 인물을 기리는 일인만큼 인천시가 중심이 돼서 하나로 엮어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아리 양대광(43) 지도교사는 "교실에서 배우는 것보다 직접 부딪히며 배운 것은 평생 기억한다는 생각에 다큐멘터리를 권유했다"며 "학생들이 성장한 것이 눈에 보여 너무 만족스럽다"고 했다.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