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재인 金大中 대통령(DJ)과 金鍾泌 명예총재(JP)가 8일 만찬회동을 갖고 철벽 공조복원과 강력한 여권 만들기에 합의한 것은 향후 정국의 주도권이 양김에게 있다는 것을 공식선언한 셈이다.
 DJP공조는 99년 내각제 파동과 지난해 4·13총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충청권에 李仁濟 현 최고위원을 대표주자로 내세우면서 심각한 균열상을 겪었다. 총선에서 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한 자민련은 총선이후에는 구 동교동계에 의한 결별설에 시달렸고, 한때는 한나라당에게 은근한 제휴의 추파를 던지기도 했다.
 최근 DJP가 그간의 섭섭함을 털고 다시 만나 공조복원을 성사시킨 배경에는 구 동교동계의 2선퇴진과 金重權 대표최고위원 기용이란 선행조치가 JP에 신뢰감을 준 것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 한때 JP는 한나라당 李會昌 총재에게 기대를 걸었으나 여의치 않자 고심하던 터에 상황이 변하자 이를 포기하고 DJ와 다시 손을 잡게됐다는 것이다. 金宗鎬 자민련 총재권한대행이 DJP공조를 선언하면서 “李 총재는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선보일 신 DJP 공조는 집권 후반기, 경제회생의 마지막 기회, 차기정권창출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점에서 예전과는 다른 양상과 내용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다. DJP 결합강도는 전례없이 공고해 질 것이고, DJ의 의중까지 싣고 있는 JP의 정치권 일선복귀와 활동반경은 일반의 예상보다 넓어질 전망이다.
 DJ와 민주당으로서는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정국운영과 정권재창출을 위해 민주당의 金重權 대표와 JP의 양날개 공동전선에 힘을 실어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향후 개각과 국회운영에 대한 지분과 결정권 행사에 JP가 어느정도 참여하는가로 판가름나게 된다.
 권력의 속성상, 집권 후반기에 이뤄진 신 DJP연합은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가입은 물론, JP가 독자성을 가진 실체로서 정국주도권의 한 축을 끌고 나간다는 의미에서 정계개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안기부예산 전횡사건도 JP의 운신에 더욱 탄력을 붙여줄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과 자민련이 당장에 합당이나 통합할것 같지는 않다. 양당 합당은 적어도 어느 한쪽이 현저히 기울지 않을 정도의 세를 확보해야만 가능한 정계개편 결과를 의미한다. 즉, 한나라당 분열에 따른 자민련의 세확장이 전제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JP와 연합했어야 한다”는 자성론이 뒤늦게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반적인 전망과는 달리 앞으로 JP의 입김은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에까지도 직·간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DJP 신 철벽공조는 두 정치 9단이 공동정권 출범시의 초심 정도를 훨씬 넘어서 권력후반기 누수를 막고 정권이양 뒤의 안전판 확보까지 폭넓고 깊게 교감한 자리였음을 의미한다.
 향후 정국은 자민련이 일정부분 참여하는 내각을 통한 DJ의 국정 개혁추진과 경제회복 노력, 金重權 대표와 JP의 양날개를 중심으로 국회전략과 정계개편 등의 역할분담을 두축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번 DJP회동 결과는 “죽기전에 마지막 걸어야할 몇마일이 있다”고 인용하기를 좋아하는 JP에 의해 요동질치게 될 신춘정국을 예고하고 있다. /朴春大기자·pc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