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사실상 타결되었다. 국회 비준 절차가 남아 있으나 2015년부터 양국간의 교역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FTA체결로 가장 혜택을 볼 국내 업종은 자동차이다. 작년말 기준 현대기아차의 호주시장 점유율은 11%로 도요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호주와 FTA를 맺은 태국에서 생산, 호주로 우회수출하는 등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5%관세 철폐로 국산차의 호주 수출은 7%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전제품과 전자기기, 일반기계의 수출 규모도 함께 늘어날 예정이어서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의 약진도 기대된다.

호주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저렴하게 수입가능한 점은 또 다른 매력이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인 ISD를 관철시킨 것도 주목거리이다. 호주는 유연탄 등 국내 에너지자원의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아 자원개발 투자수요가 높음에도 안전장치가 미흡했던 것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도 한층 유리해졌다. TPP회원국인 호주가 한국의 가입을 찬성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전국의 13만7천여 한우사육농가는 또다시 된서리를 맞았다. 40%인 쇠고기 수입관세를 매년 23%씩 단계적으로 낮춰 2030년에는 완전히 없앤다는 내용인 것이다. 정부는 국산과 수입쇠고기 수요의 차별성을 들어 한우농가들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실상과는 괴리가 커 보인다. 이번 FTA체결을 계기로 미국과 호주간의 국내시장 선점을 위한 대회전이 불문가지여서 한우고기 수요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한우가격이 과거 5개년 평균보다 11%나 하락한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수입산과 한우고기와의 가격차 확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국내산 한우가 아무리 육질이 좋다해도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이 싼 수입산을 찾게 될 것이 뻔하다. 돼지 및 닭고기시장에서도 정도의 차는 있으나 유사한 상황들이 전개될 개연성이 크다. 미국, EU, 호주 등과의 자유무역 확대는 국내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나 축산업 기반이 빠르게 무너지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 비교우위론의 위력에 신토불이가 속수무책인 것이다. "앞으로 뭘 해 먹고 살아야할지 막막하다"는 축산농의 상실감에 귀 기울여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