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66조원에 달하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도높은 개혁작업에 착수했다.

빚이 많은 LH공사, 한국전력 등 12곳과 과도한 복지혜택 논란을 빚은 한국마사회, 인천공항공사 등 20곳은 중점관리대상에 포함돼 내년까지 사업축소, 자산매각, 복지감축 등 개선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관장이 교체된다.

지방공기업 부채 감축차원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경영성과가 낮은 지방공기업 사장을 구체적 기준에 따라 실제로 해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낙하산 등 임원 인사 개선안과 민영화는 이번 대책에 빠졌다. 공공기관 부채의 상당부분이 역대 정부의 무리한 국책사업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책임 떠넘기기' 논란도 일어날 전망이다. 노조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11일 현오석 부총리 겸 장관 주재로 제15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2014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와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부채가 나라 빚(443조원)보다 많은 566조원에 이르러 재정 부담이 커진데다 일부 기관이 고용세습 제도를 두는 등 모럴해저드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부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기관은 빚이 412조3천억원에 달하는 LH공사,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 한전(한수원 등 발전자회사 포함),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12곳이다.

정부는 이들 기관에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기관별 부채증가율 당초 전망대비 30% 축소 ▲모든 사업 원점 재검토 ▲부채 가중사업 근본적 개편방안 마련 등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제시, 내년 1월말까지 부채감축계획을 제출토록 했다.

제출된 부채감축계획은 민간전문가, 회계법인 등으로 구성된 점검팀이 검토하고 정부는 요금조정, 재정투입, 제도개선 등 정책패키지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보금자리 주택사업, 혁신도시 사업 등 과거 정부가 추진해온 핵심사업이 일부 중단될 전망이다. 원가보상률이 낮은 전기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철도요금, 연탄값 등의 인상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현재 220%인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을 2017년에는 20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1인당 복리후생비가 많은 마사회, 인천공항, 조폐공사, 지역난방공사, 거래소, 수출입은행, 강원랜드 등 20개 기관도 정상화 계획을 제출토록 했다.

과도한 보수·복리후생 조정 노력, 성과 등이 담긴 가칭 '보수 및 복리후생 관리' 평가지표를 신설하고 이 지표의 평가비중을 8점에서 12점으로 높여 다른 항목의 점수가 높더라도 성과급을 못받는 D나 E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게 했다.

이들 공공기관의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개선계획은 이행여부 평가를 거쳐 내년 3분기중 중간평가를 실시해 부진한 곳은 기관장을 해임건의하기로 했다.

제도개선 차원에서는 사업별 경영성과·재무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구분회계제도 단계적 도입, 모든 기관장과 '경영성과협약' 체결, 예비타당성조사 내실화, 사후 심층평가 제도 도입, 비리 적발시 임직원 퇴직금 감액 등이 추진된다.

정부는 이러한 부채감축·방만경영 개선 노력이 노조 등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 32개 기관장의 자산매각 손실, 파업 등 문제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기타 공공기관은 주무부처가 경영상황을 의무적으로 평가하고 관리실적을 부처 업무평가에 반영키로 했다.

고통감내, 솔선수범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기관장,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등 임원 보수는 최대 26.4% 삭감된다.

현 부총리는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대책은 개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 그간 누적된 부채와 고질화된 방만 경영의 고리를 차단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공기관이 정상화될 때까지 개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295개 공공기관에 적용 또는 준용되는 내년 예산편성 지침에는 3급이상 직원의 임금 동결, 총인건비 인상률 1.7%, 60세 이상 정년연장은 임금피크제와 연계, 업무추진비 10% 감액, 대학생 학자금 무상지원 폐지 등이 담겼다.

한편 안전행정부도 '지방공기업 부채 감축과 경영효율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전체 지방공기업 부채의 60%를 차지하는 16개 도시개발공사의 부채비율을 작년말 301%에서 2017년까지 200%로 감축하고 재정위기에 처한 지방공기업은 별도로 지정해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