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독으로 숨진 경남 밀양지역 송전탑 경과지 마을 주민 고 유한숙씨의 추모제 행사가 11일 오후 밀양 영남루 앞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3∼2035년)에서 2025년부터 2035년 사이 7GW의 원전 설비용량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밝힘에따라 송전선로 건설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대로라면 현재 가동 중인 23기와 제6차 전력수급계획(2013∼2027년)상 건설 중이거나 건설 계획이 확정된 11기 외에 최소 4기(설비용량 150만kW 기준)에서 최대 7기(100만kW 기준)의 원전을 추가로 지어야 한다.

신규 원전 건설이 추진될 경우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경북 영덕군 영덕읍과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일대다.

두 지역은 작년 9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규 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바 있다. 현재는 지질조사·환경영향평가 등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두 지역에 원전이 들어설 경우 강원지역에 송전선로 추가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강원지역에는 경북 울진 1∼6기(총 설비용량 약 600만kW)에서 태백·정선·횡성·홍천을 관통해 경기 가평으로 이어지는 155㎞ 길이의 '울진-신가평 765kV 초고압 송전선로'가 설치돼 있다.

여기에 현재 건설 중인 신울진 1·2호기(총 280만kW)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두번째 765kV 송전선로 설치 계획이 잡혀있는 상태다.

이 송전선로는 아직 경유·종착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입지 특성상 강원지역을지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런 가운데 영덕·삼척에 700만kW 규모의 신규 원전이 들어설 경우 강원도 내 '제3 송전전로' 건설이 불가피해진다.

765kV 송전선로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전류량이 700만kW. 현재 가동되는 선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두번째 선로로는 신규 원전을 다 수용할 수 없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영덕·삼척에 신규 발전소가 들어서면 새로운 길을 내든, 기존 선로의 회선을 늘리든 송전선로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외에 한국남부발전이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삼척에 100만kW급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등 강원지역에 6기의 화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는 점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이 때문에 밀양 송전탑 건설로 불거진 사회적 갈등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열린 '2차 에너지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 영덕·삼척지역 주민들이 대거 상경,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정부의 원전 추가 건설 방침에 격렬히 항의하는 등 벌써 갈등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상임정책위원은 "영덕·삼척의 원전 추가 건설이 제2, 제3의 밀양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이원영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도 "최악의 경우 발전소가 건설되도 송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원전 추가 건설을 공식화하고 이를 강행하려는 것은 밀양 사태의 교훈으로 이번 2차 계획에 명시한 '선(先) 송전망 제약 검토, '후(後) 발전설비 입지확보'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송전선로를 땅속에 묻는 '지중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최선의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우리나라 전국토에 걸쳐 설치된 송전선로의 길이는 총 3만2천144㎞로 지구둘레(약 4만㎞)에 육박한다. 송전탑 수도 4만1천600개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지난 8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송전선로를 향후 15년간 7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