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생이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학교 게시판에 올린 자보가 학교 안팎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고대 경영학과 4학년 주현우(27)씨는 지난 10일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자보를 작성해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붙였다.
자보에서 주씨는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 노동자가 대거 직위해제된 일련의 사태를 거론하며 "'하 수상한' 시절에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그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 없으신가"라며 "혹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 합리화 뒤에 물러나 있는 건 아닌지 여쭐 뿐"이라고 글을 맺었다.
해당 자보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반향은 오프라인으로도 퍼졌다.
정경대 후문에는 "나도 안녕하지 못하다"는 내용의 화답성 자보가 수십장이 붙었고, 타 학교에도 붙기 시작했다.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성균관대, 중앙대, 상명대, 광운대, 가톨릭대 등에도 '응답자보'가 확산돼 나붙고 있다.
12일 페이스북에 개설된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에는 각 학교에 게시된 자보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으며 이 페이지의 '좋아요' 숫자는 14일 오후 2시 50분 7만2천여건을 넘어섰다.
'안녕하지 못한' 학생들은 14일 오후 3시 고대 정경대 후문에 모인다. '안녕하지 못한' 현실을 하소연하며 서울역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주씨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게시판 옆에 서서 행사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추운 날씨지만 주씨와 뜻을 함께하는 학생 10여명이 함께 곁을 지켰다. 지나가는 학생들도 따뜻한 음료를 건네며 응원의 뜻을 전했다.
주씨는 "철도 민영화 문제도 그렇지만 하루만에 노동자 4천명을 해고할 만큼 국가 권력이 '고삐풀린 망아지' 상태인 것 같다"며 "사회 문제에 대한 의사 표현을 터부시하는 학내 분위기를 전환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씨는 타 학교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현 상황에서 자보가 일종의 불씨가 됐다"며 "수많은 학생이 답할 자세가 돼 있고 계기만 제공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