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고 한숨 자고 나면 몸이 가뿐해져."

언젠가 한 번쯤 이런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고춧가루를 탄 소주가 감기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면 알코올과 고추의 매운맛의 영향으로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땀구멍이 열린다. 이 때문에 땀이 나면서 열이 내려 감기가 완화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죽지 않고 오히려 술이 뇌의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 감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

감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 중 하나는 감기에 걸렸을 때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콩나물국을 먹으면 낫는다는 것이다.

이 또한 꼭 맞는 말은 아니다. 고춧가루가 혈액 순환을 도와 땀구멍을 열어주어 초기 열이 오르는 몸살 감기에는 효과가 있지만 목이 부어 아픈 사람은 오히려 목에 자극이 강해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몸이 으슬으슬 추우면 약국에서 쌍화탕 하나 사서 감기약하고 같이 먹고 이불 푹 뒤집어쓰고 땀흘리면서 자고 나면 감기가 낫는다."

찬바람을 쐬고 나서 몸이 으슬으슬 춥고 쑤시는 등의 증상은 몸에서 갑자기 열이 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열만 내려주면 불편한 증상들은 없어진다.

어린아이들이 열이 나 보채고 음식도 먹지 못할 때 해열제를 먹이면 금방 생기가 돌면서 음식을 먹는 것도 해열제의 도움으로 열이 내렸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쌍화탕은 과로로 인해 몸과 마음이 다 피로하여 열이 날 때 쓴다고 되어 있다.

즉 과로로 인해 몸살에 걸려 열이 나는 경우에는 좋지만 독감 같은 심한 열이 날 때는 오히려 땀도 나지 않고 열이 높아져 뇌세포나 체세포가 파괴될 수도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경우 체온이 40도가 넘어가면 바로 차가운 물로 열을 식혀서 강제로라도 열을 내려야 한다.

■ 겨울에 감기가 걸렸을 때 증상에 따라 먹는 법

기침이 심하고 열이 날 때는 귤피(감귤의 껍질) 차가 도움이 된다. 집에서 감귤을 먹기 전에 깨끗이 씻은 후 껍질을 벗겨 말리면 재료로 쓸 수 있다.

또한 동의보감에는 운동량이 적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한 사람에게 쓸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구역질과 열이 나고 갈증 기침이 있을 때 말린 귤껍질 20g 정도를 물 300㎖에 부어 끓인다. 국물만 따라내어 설탕이나 꿀을 타서 마신다. 생강을 약간 넣어 끓이면 더욱 좋다.

추위를 많이 타고 어깨 근육이 자주 뭉치는 사람에게는 칡차가 효과적이다.

칡은 갈근이라 하여 기침 감기 두통 고혈압에도 좋다. 칡뿌리 30g 정도를 얇게 썰어 물 300㎖를 부어 끓인다. 물이 끓으면 약한 불로 줄이고 은근하게 오랫동안 달인다. 건더기는 체로 건져내고 물만 따라내어 꿀을 타서 마신다.

허약 체질로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계피와 생강을 같이 넣어서 끓여 먹으면 감기 초기에 몸이 춥고 떨릴 때 아주 좋다. 땀이 살짝 나면서 한기가 없어지고 또한 구역질이 나거나 입맛이 변했을 때 효과적이다.

생강은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썬다. 통계피는 물에 씻어 생강 80g, 통계피 20g에 물을 부어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은근하게 오랫동안 달인다. 꿀을 타서 먹어도 좋다.

기관지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는데, 만성일 경우에는 오미자와 마늘을 넣은 차가 좋다. 환절기 때마다 기관지염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차다. 기침이 잦아들고, 기관지염에 대한 면역성을 길러준다.

물에 오미자 8g과 마늘 한 쪽을 넣고 은근하게 끓인다.

끓인 차에 꿀과 청주를 약간 넣어 먹으면 더욱 좋다. 급성으로 온 기관지염에는 청주를 넣으면 안 된다.

수원 성심한의원 이종철 원장은 "연일 한파가 이어지며 감기환자가 늘고 있다.

병원을 찾기 번거로운 사람들은 민간요법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증상에 맞는 민간요법은 건강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신이 이용하고 있는 민간요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정확히 알고 이용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수원 성심한의원 이종철 원장(031-257-1877)

/김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