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측
수입차에 강원랜드 드나들어
잔인하게 훼손 했어야 했나

변호인측
이혼종용·아내 괴롭힘 심해
형 살인 우발적 행동 강조

어머니와 형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인천모자살해사건 피고인 정영석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17일 인천지법 대법정에서 열렸다.

검찰은 피고인의 잔혹한 범행수법과 범행동기로 지목된 도박빚 등을 강조한 반면, 변호인측은 정영석의 아내 김모(29)씨와 살해당한 어머니 간 비정상적인 고부갈등에서 비롯된 범행인 점에 초점을 맞췄다.

인천지법 형사13부 김상동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이날 참여재판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은 반성하는 기미없이 범행을 부인하다 시신이 발견되고서야 인정했다"며 "그 기간 어머니와 형의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했고, 수습을 할 수조차 없을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형의 시신 훼손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아무리 경제적 어려움과 고부갈등이 있다하더라도 잔인한 방법으로 가족을 살해했어야 하는지 배심원들이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범행동기는 도박빚과 사치스러운 생활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영석 부부는 월 200만원 정도 수입으로 비싼 차를 수시로 바꾸거나 강원랜드 등을 다니며 7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며 "이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어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측은 검찰 측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단순히 어머니의 재산이 탐나 범행을 저지른게 아니라 아직 한 번도 드러난 적이 없는 아내 김씨의 이중적인 생활 때문이었다"고 배심원에게 호소했다.
변호인측은 경찰·검찰 수사기록을 증거로 제시하며 "아내 김씨는 내연남 2명이 있었고, 이들에게 따로 2천여만원의 빚이 있었다"며 "피고인은 경찰 체포 당시에도 이를 모르고 있었고, 단지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아내의 말만 믿고 범행을 저질렀다. 빚은 대부분 채무 독촉이 없는 친지에게서 빌린 돈이었다"라고 했다.

변호인은 이어 "아내 김씨는 '시어머니를 죽이고 싶다'는 메모를 남긴 적도 있고, 살해당한 어머니로부터 평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느껴왔다"며 "어머니는 수차례 이혼을 요구했고, 정영석은 이같은 극단의 고부 갈등에서 결국 아내의 편에 섰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형을 살해한 점에 대해서는 "사전에 계획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살해 사실을 들킬까봐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강조했다.

정영석은 지난 8월 13일 오후 인천시 남구 용현동 어머니 집에서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뒤 시신을 각각 강원도 정선과 경북 울진 일대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을 함께 공모한 아내 김씨는 사실이 드러나자 9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 공판에서는 살해당한 어머니의 동생 등이 피고인 측 증인으로 나온다.

피고인에 대한 신문도 이어진다. 이후 검찰 구형과 배심원 평의 등을 거쳐 재판부가 최종 선고한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