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안전센터 5분 거리인데
순찰·구급차보다 지각 후
"왜 큰길 안내 안했나" 역정
도착시간도 허위보고 들통


'화재현장에 소방차가 제일 늦게 도착(?)'

17일 오후 10시 45분께 수원시 탑동에 사는 백모(32·여)씨는 펑 소리에 놀라 창문을 열었다가 빌라 입구에서 올라오는 검은 연기와 불길을 목격했다.

탈출을 위해 백씨가 현관문을 열었을 때에는 이미 계단에 검은 연기가 가득한 상태였다. 다급해진 백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백씨가 아이들과 건물 밖으로 대피하고 이웃들과 함께 소화기로 불을 끄는 동안 순찰차, 구급차 등은 도착했지만, 정작 불을 꺼야할 소방차는 오지 않았다.

그 사이 빌라 입구에서 시작된 불은 수도배관을 타고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화재현장과 불과 5분 거리에 두 곳의 119안전센터가 있지만, 소방차는 신고 20여분만에 도착했다. 소방관이 화재진압을 하면서 곧바로 불은 꺼졌지만, 빌라 거주민 5명이 유해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됐고 건물 일부와 차량 2대가 피해를 입었다.

백씨는 "신고한지 20여분만에 도착해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소방대원은 되레 '왜 큰길로 안내하러 나오지 않았느냐'며 큰소리를 쳐 어이가 없었다"며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가족을 찾고 불을 끄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주민들이 그럴 정신이 있었겠느냐"고 성토했다.

더구나 소방차의 도착 시간까지 허위보고 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서 기록에는 신고 7분만인 오후 10시 54분에 소방차가 도착한 것으로 돼 있지만, 화재현장 CCTV를 확인한 결과 그보다 10분 늦은 11시 4분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수원소방서 관계자는 "신고후 바로 출동했지만, 해당 빌라가 골목에 위치해 입구를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당시 대원이 화재로 인한 구름(연기)이 보일 때 도착했다고 보고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윤수경·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