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학대하던 아버지를 살해한 10대(경인일보 12월 18일자 23면 보도)는 부모, 친척, 보육원 등으로부터 계속해 버림받아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연수경찰서 등에 따르면 3~4년 전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보육원에서 지내던 A(18)군은 보육원의 요청으로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됐다.

계속 웃는 등 이상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보육원은 A군을 돌볼 수 없다고 아버지와 친척 등에게 통보한 것이다.

A군은 보육원 입소 전에는 친척과 함께 살았지만 친척들도 이상행동을 하는 A군을 보듬지 못하고 보육원에 입소하게 했다.

정신지체장애에 정신분열 증상까지 있는 A군은 보육원, 친척집에 살 때 모두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A군이 1살 때 부모는 이혼을 했고, 결국 십수 년을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온 것이다. A군의 어머니는 지금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

A군은 현재 재학중인 실업고등학교에 들어간 뒤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A군의 증상은 크게 완화되지는 못했다. 아버지의 계속된 폭력도 A군의 치료를 어렵게 한 이유였다.

사건이 발생한 17일 하루 전날에도 담임교사는 A군의 아버지에게 "아이 상태가 이상하니 잘 돌봐 달라. 때리면 안 된다. 약을 잘 챙겨 먹이고, 병원에 보내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술에 취한 아버지는 A군을 폭행했고, 존속살인이라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게 됐다.

A군은 아버지를 살해한 뒤 경찰서에 와서도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고 웃을 정도로 정신분열증이 심각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A군의 담임교사는 18일 경인일보 기자와 만나 "이 아이를 위해 올인하며 노력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렇게 됐으니 다 내 잘못이라 생각한다. 사회는 이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 이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울먹였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