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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백두 영장(靈將)의 역사의 자욱은 어디서나 보인다'라는 제목의 글을 2면 전면에 실었다. 이 글은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의 부친인 최현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최현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행할 때 그림자도 밟지 않을 정도로 충성을 다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연합뉴스 |
북한이 장성택 숙청 이후 권력 2인자로 떠오르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부친 최현을 '충신'의 사표로 노골적으로 내세우고 '선군'(先軍)을 강조해 주목된다.
북한군을 대표하는 최 총정치국장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을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2면에 게재한 '백두 영장(靈將)의 역사의 자욱은 어디서나 보인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그가 아들뻘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충직하게 받들었다고 치켜세웠다.
최현은 김일성 주석과 항일빨치산 운동을 함께한 동료로 김 주석보다 나이가 많고 빨치산으로서 명성도 더 높았지만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에게 끝까지 충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노동신문은 최현에 대해 "두 대전(항일투쟁과 6·25전쟁)의 초연탄우(硝煙彈雨)를 헤쳐온 감때 사나운(생김새나 행동거지가 거친) 백전노장"이었지만 "젊으신 장군님(김정일)의 선군 영장다운 풍모와 위대성에 매혹돼" "장군님을 모실 때면 천하가 발밑에 있는 듯 더없이 기뻐했다"고 묘사했다.
특히 1963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이 백두산을 방문했을 때 그를 수행하던 최현이 김 위원장의 그림자를 밟지 않기 위해 황급히 몸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피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현이 "장군님의 그림자를 밟아서는 안된다는 제 나름의 철칙을 그 언제나 지켜가는 투사 동지였다"며 김정일 위원장을 대하는 태도는 "수령님(김일성)을 모실 때의 정중한 자세와 몸가짐 그대로였다"고 강조했다.
어린 지도자를 대하는 최현의 이런 충심은 북한이 장성택의 죄목 중 하나로 열거했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불손한 태도와 대조된다.
북한은 장성택 사형 판결문에서 그가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 승계 공식 행사인 2010년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건성건성' 박수를 쳤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최현 부각을 통해 그의 아들 최룡해야말로 빨치산 혈통이자 충신의 혈통으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백두혈통을 옹위할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임을 노골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장성택 숙청 이후 1956년 '8월 종파사건' 당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권총을 빼들고 김일성 주석의 지배체제에 반기를 든 '종파분자들'을 위협한 '투사들'의 일화를 통해 최현을 띄우기는 했지만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노동신문이 이번 글에서 유달리 '선군'을 강조한 것도 최룡해가 북한군을 대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예사롭지 않게 읽힌다.
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이 1960년 '류경수 제105 탱크사단'을 방문한 이야기, 6·25 전쟁 중인 1952년 7월 김 주석으로부터 권총 한 자루를 물려받은 일화, 1963년 '일당백'이라는 군의 구호를 제시한 사실을 언급했다. 모두 북한에서 '선군영도'의 상징으로 해석되는 이야기들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선군'을 강조하는 것은 장성택 숙청 이후 중요한 권력 기반인 군부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