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째 계속되고 있는 철도노조 파업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 지난 주말 민주노총 사무실에 투입된 공권력에 극렬히 저항하는 생생한 현장을 지켜보면서 자괴감을 느끼는 국민도 상당수였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이지경까지 됐는가. 1년내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줄기차게 대통령의 불통을 외치는 야당, 집권당으로서의 능력을 상실한 채 이제는 존재감마저 사라진 여당, 그리고 원칙만을 강조하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청와대. 이것이 지금 2013년 겨울,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동안 우리는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민심이 하나 둘 떠나고 있음을 수없이 지적해왔다. 그러나 민주노총 사무실 공권력투입이 있었던 지난 일요일, 현장에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야당 국회의원들이 몰려와 정부의 강경진압에 대해 성토했다. 정당한 파업이 강제진압돼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발언도 쏟아졌다. 하지만 이번 철도노조 파업이 명분없는 불법파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국민들도 상당수다. 그런데 국민의 지지율이 20%도 되지않는 민주당의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선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스스로 권위를 추락시켰다. 자신들이 집권했던 국민의 정부 시절, 철도 민영화를 주장했던 정치인들이 태도를 돌변해 철도 민영화 반대 운운하는 것은 어거지에 가깝다. 민주당이 주요 현안에서 민심에 부응하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무조건 여당에 반대한다는 이미지와 무능으로 비쳐지는 것, 그것이 민주당의 한계다.
새누리당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새누리당의 존재감 상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능한 정당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어쩌면 민주당보다 더 비난을 받아야 하는게 새누리당의 한심한 정치력이다. 이런 행태로는 차기 집권은 불가능하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원칙만을 강조하며 갈등과 논란의 소지가 많은 작금의 사태를 풀기는 쉽지 않다. 때론 타협해야 하고, 때론 양보도 해야 한다. 공기업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일부 공기업에 대해서 낙하산 인사를 왜 해야 했는지, 일부 복지정책을 후퇴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나서서 진솔하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지금 상당수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입을 지켜보고 있는 이유다. 프레임 전쟁에 여념없는 정치인들은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들을 두려워 해야 한다.
정치권,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 두렵지도 않나
입력 2013-12-2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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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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