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한파속 후원줄어 재정난
대기업까지 규모 축소·중단
적십자 등 모금 진행도 더뎌
소외층 '체감온도' 더 떨어져


"후원이 없어 남이 쓰다 버린 것을 주워다 쓰는 열악한 상황입니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인천의 대표적인 노인복지시설인 영락원 서정옥 원장은 긴 한숨을 내뱉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대부분인 130여명의 시설 거주 노인들에게 TV조차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에서다.

이곳에는 비누나 세제, 치약 등 생활용품에 대한 후원은 종종 이뤄지고 있지만, 가전제품처럼 비싼 물품에 대한 후원은 십수년째 없다. 결국 다른 사람이 쓰다 버린 가전제품들을 주워다 쓰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의 A아동복지시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몇년전부터 후원자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추운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난방 가동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시설에 거주하는 78명의 아이들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시설 관계자는 "시에서 지원받는 기본 운영비로는 겨울철 난방비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따뜻한 후원의 손길이 보다 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인천지역 복지시설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후원 탓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년에 비해 각종 모금단체의 모금 상황도 더디게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나 소외계층의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인천 소재 한 대기업은 지난해까지 소외계층의 밑반찬 전달에 써달라며 적십자사에 5천만원씩 후원하던 것을 올해 중단했고, 적십자사에서 주최한 한부모가정 초경 여성 지원사업도 후원 규모가 줄어든 탓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적십자사로 들어온 기부금은 올해 4억4천여만원으로 지난해 2억8천여만원에 비해 수치상으로는 늘었지만 시리아 난민촌 남북합작 축구화 전달 기부금 2억6천만원, 대한적십자사 전국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 총회에서 마련된 7천만원을 빼면 크게 줄었다는 것이 적십자측의 설명이다.

경기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는 2011년 연말 집중모금에서 10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01억원에 그쳐 4억원이 줄었다.

올해는 103억원을 목표로 지난 10일부터 집중모금에 들어갔지만, 모금기간의 3분의 1이 지난 이날까지 모아진 금액은 7억3천여만원(7.1%)에 그쳐 모금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모금공동회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상황이 반영된 탓에 후원 규모도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현기·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