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사태와 관련, 체포영장이 발부된 전국철도노조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이 24일 밤 사전 허락없이 서울 종로 조계사에 들어와 은신하고 있어 경찰이 일대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25일 경찰과 철도노조에 따르면 박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 4명은 지난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조계사 극락전 2층에 머물고 있다. 경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 수석부위원장을 제외한 3명은 일반 노조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계사 일대에는 3개 중대 250명의 경력이 배치돼 검문검색을 벌이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밤새 배치 인력을 1대 중대에서 3개로 증강하고 조계사에 드나드는시민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경찰은 전날 밤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 지도부가 조계사에 숨어들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주변 수색에 나섰지만 노조원들은 이미 경내에 진입한 뒤였다.
철도노조 백성곤 홍보팀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언론브리핑을열고 "지도부는 여전히 건재하며 총파업 투쟁을 지휘하고 있다"며 "박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어제 오후 11시께 조계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백 팀장은 "박 수석부위원장은 일단 조계사에 머물면서 파업을 계속 지휘해 나갈 것"이라며 "경찰이 민주노총까지 침탈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우리 사회의 양심을 지켜오신 종교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절박함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정치권 등이 대화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이날 오전 조계사를 찾아 노조원들과 면담한 뒤 "여전히 철도노조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원한다"며 "정치권과 종교계가 어떻게든 대화의 계기와 통로를 마련해주십사 하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고 한다"고 취재진에 전했다. 노조원들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성공회 유시경 신부 등 3명도 박 의원에 앞서 조계사를 방문, 노조원들과 대화한 뒤 "모든 종교계가 민노총과 함께 하고 지지하고 기도한다. 많은 국민이 지지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부족한 게 있다면 우리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측은 조계사측에 노조원들이 계속 머물 수 있도록 요청한 상태다. 조계사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노조원들을 강제로 쫓아내지는 않을 방침이며 전례에 비춰볼 때 피신생활에 필요한 편의는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종교단체로서는 종교시설 안으로 몸을 피한 노동자들을 강제로 쫓아낼 수는 없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사회문제에 대한 조정과 중재 역할을 맡는 종단 기구인 화쟁위원회가 관련 입장을 밝힐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이 위원장인 조계종 화쟁위는 철도노조의 파업과 철도 민영화 문제에 관해 적극적인 의견 표명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중재 노력을 계속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이날 서울 은평구 수색동 일대에 있는 철도사업장을 방문, 대체근무 직원들을 격려하고 안전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파업 중인 노조원에게는 업무에 복귀할 것을 호소했다.
최 사장은 "현 파업의 양상은 이제 철도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전체로 확산된 상태"라며 "대선 불복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목소리에 가장 많은 조합원을가진 우리 노조를 최선봉에 내세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 17일째인 이날 열차 운행률은 평상시의 76.1%(2천975회→2천263회)로 집계됐다. KTX는 평상시의 73%,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각각 56, 61%, 수도권 전동열차는 85.7%로 운행 중이다. 화물열차는 사흘째 30.1%(279회→28회)의 낮은 운행률을 보여 극심한 물류난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26일 민주노총 확대간부 파업을 결의하는 전국 동시다발 규탄집회가 열리며 28일에는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3차 상경 집회가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