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임대차계약의 존속기간을 최장 20년으로 제한한 민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신촌역사 주식회사가 "임대차 존속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한 민법 651조 1항이 임대인의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6(위헌) 대 3(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촌역사는 2004년 신촌민자역사 임대차계약 체결 권한을 대우건설에 위임했다.

대우건설은 성창에프엔디와 신촌역사건물 일부를 30년 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임대료로 750억원을 받았다.

성창에프엔디는 그러나 민법 651조 1항을 근거로 임대차계약 기간 중 20년이 넘는 부분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임대료 일부에 대해 부당이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2010년 승소했다.

이에 신촌역사는 항소심 재판부에 해당 민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2011년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민법 651조 1항은 '석조, 석회조, 연회조 또는 이와 유사한 견고한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임대차나 식목, 채염을 목적으로 하는 토지임대차 외에는 임대차 존속기간은 20년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2항은 '전항의 기간은 이를 갱신할 수 있다. 그 기간은 갱신한 날로부터 10년을 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의 기존 판례는 "임차인에게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이용을 맡기면 임차물 관리가 소홀해지고 개량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사회경제적인 손실을 방지하는데 해당 법률조항의 입법취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헌재는 "임대차계약을 통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임차물 관리 및 개량방식의 설정이 가능하다"면서 "임대차 존속기간을 강제하는 것은 임차물 가치하락 방지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해당 법률조항은 1958년 제정 당시에 비해 현저히 변화된 사회경제적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20년이 넘는 임대차를 원할 경우 우회적인 방법을 취하도록 해 사적 자치에 의한 자율적 거래관계 형성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임대차 존속기간 20년을 강제함으로써 경제사정 변화에 따라 당사자가 이를 악용할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은 입법목적의 실현을 위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건축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견고한 건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임대차존속기간에 제한을 두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위헌 결정은 민법의 채권법 영역에서 나온 이례적인 위헌 선언으로 제정된 지 50여년이 지난 법조항이 현재의 사회경제적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한철, 이진성, 강일원 재판관은 "해당 법률 조항은 사회경제적 손실 방지라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유효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장기 계약을 원할 경우 10년의 범위 안에서 갱신할 수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