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매교동에서 홀로 사는 이모(81) 할머니는 몇 해 전부터 시작된 지하철 공사 때문에 삶의 보금자리를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할머니가 20년 넘게 살던 2층짜리 단독주택 바로 앞에서 오리~수원간 복선전철 매교역 출입구 공사가 시작되면서 지하 터파기와 발파 작업으로 인한 소음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소음뿐만이 아니었다. 출입구 공사를 진행한 시공사 측은 개인이 점유하고 있는 땅에 측량 오차가 있다며 할머니 집의 담장을 모조리 허물고 화단까지 없애버렸다.
더구나 공사가 진행되면서 집안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외부 벽면은 물론 안방, 화장실, 거실 등의 벽이 쩍쩍 갈라지면서 급기야 집 전체가 붕괴하기 직전에 이르렀다.
할머니 가족은 사비를 들여 구조안전진단을 받은 결과,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E등급이 나왔다.
할머니는 지난 2010년부터 수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시공사는 주택 1층과 2층 방에 붕괴를 막기 위한 파이프를 각각 수십개 설치하고 2층 세입자까지 붕괴위험이 있다며 집을 비우도록 했다. 시공사 측은 할머니를 집 근처에 있는 원룸에 월세로 이주시켰지만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시공사 측이 월세를 제때 내지 않아 몇 개월 전부터 집주인이 방을 비워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할머니는 "멀쩡한 집을 다 부숴놓고 쪽방에 살라고 하더니 이제는 시공사가 나몰라라한다. 추운 겨울에 나는 어디 가서 살란 말이냐"며 울먹거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은 토지나 건물의 수용없이 건물에 대한 피해보상금 명목으로 4천600만원을 제시했을 뿐 더 이상 협상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
할머니는 "멀쩡한 남의 집 담장을 허물고 건물이 다 부서져 못쓰게 해놓고 법원에서 4천600만원을 찾아가라고만 한다"며 치를 떨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를 통해 건물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산정, 할머니에게 통보했으나 이를 수령하지 않아 결국 법원에 공탁을 걸어놓은 상태"라며 "시공사인 동양건설도 현재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라 더 이상의 추가 보상업무를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김선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