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득세 영구인하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등을 담은 부동산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파트 매매시장은 보합세를 보였다. 지난 13일 부동산114(www.r114.com)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 신도시, 수도권, 전국 등 전역에서 보합세를 보이며 변동이 없었다. 사진은 15일 서울 잠실의 한 상가 부동산 매매업소의 모습. /연합뉴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가 바닥상태인 부동산 시장의 회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부동산 전문가와 시장 참여자들은 주택 시장을 옥죄는 대표적 징벌적 규제로 꼽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에 대해 30일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제히 환영을 뜻을 표하며 이번 조치로 시장 심리가 다소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주택 시장이 투자 수요 중심에서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이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없어졌다 하더라도 신규 주택 구입 수요를 창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7년여 만에 폐지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무섭게 뛰어오르던 2006년, 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처음 도입됐다. 당시 참여정부는 집값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투기 수요 억제가 관건이라고 보고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집을 팔 때 세율을 기존의 9∼36%에서 50∼60%로 상향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 거품이 걷히며 주택 거래가 얼어붙자 주택 시장을 침체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1년 단위로 유예를 거듭하며 사실상 시장에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을 죽이는 인위적이고, 징벌적인 세제라고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집부자를 위한 부자감세"라는 반대 논리에 부딪히며 명맥을 유지하던 이 제도는 이번 국회 합의로 결국 탄생 7년여 만에 수명을 다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완전히 폐지된 배경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에는 '다주택자=투기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대세였으나 전세 소멸 시대를 맞아 다주택자가 임차 시장의 공급자라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며 "이런 패러다임 전환 속에 다주택자를 규제할 명분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역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재와 같은 시점에서는 다주택자가 '투기꾼'이 아닌 시장의 '공급자' 역할을 한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 해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야한다"고 진단했다.

◇ "부동산 심리에는 긍정적…신규 주택 수요 창출엔 한계"

전문가들과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조치가 부동산 시장 심리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신규 주택 수요를 창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실제 거래가 살아나는 효과는 약할 것으로 관측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그동안 시장심리를 위축시켰던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됐다는 점에서 심리 회복에 일부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지금도 양도세 중과가 유예돼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론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박 위원은 다만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들의 시장 참여 유연성이 커지며 전세 시장이 안정되는 효과가 일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센터장은 "포퓰리즘적으로 시장 논리에 맞지 않게 도입된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시장을 정상화한다는 점에서 시장 심리에는 일단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국내 투자자의 자산 70∼80%가 부동산 자산으로 구성된 현 시점에서 추가 주택 구입 여력은 크지 않다"며 "특히 국내 주택시장이 중소형 평형 위주의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이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실제 주택 구매 수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 센터장은 이어 "다만 주택을 팔고자하는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들은 자유롭게 매도 시점을 조정할 수 있게 돼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라며 "시장에 탄력성을 부여해 전세난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인중개업자 등 시장 참여자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크게 반기고 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월드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실종된 매수세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을 살 여력이 있는 돈 있는 사람들을 시장으로 끌어당기는 게 급선무"라며 "이번 조치가 이들에 대한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부동산써브(www.serve.co.kr)가 지난달 전국의 중개업자 896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국회를 통과할 경우 주택시장 활성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으로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85.7%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꼽은 바 있다. 이어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6.7%),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4.5%) 등이 뒤를 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