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날 발언에서 박 대통령은 '일등'이 아니 '일류'가 될 것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갑오년 새해 둘째날인 2일 공식일정 없이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체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안보문제를 비롯해 공공부문 개혁을 포괄하는 '비정상화의 정상화' 개혁, 경제활성화 방안 및 노사관계 현안, 비서관 인사 및 개각과 관련한 구상, 신년 기자회견 문제 등을 놓고 생각을 가다듬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 국정운영 '3대 기조' 매진 = 국정구상의 중심에는 신년사에서 밝힌 '3대 국정운영 기조'가 자리잡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경제활성화ㆍ안보ㆍ정상화개혁'이다.

이 가운데서도 굳이 우위를 따지자면 경제활성화가 최우선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지표상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 만큼, 집권 2년차인 올해 가장 신경을 써야할 부분일 수밖에 없다.

'국민행복'을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점과, 남은 임기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 가장 중요한 올 6월 지방선거 성적과도 직결된다는 '현실적 이유'도 감안해야 한다.

발판은 마련됐다. 박 대통령이 촉구해온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약 2조3천억원 규모의 투자와 1만 4천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며 이 법안의 처리를 촉구했다.

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도 사라지게 되면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토대가 어느 정도 마련됐다.

'개선된' 환경에서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분야에서 집권 2년차에도 '체감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여론의 차가운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로 대변되는 정상화 개혁도 고심을 거듭할 분야임이 자명하다.

가까스로 해결됐지만 철도파업은 박 대통령이 화두로 내세운 정상화 개혁의 핵심 분야인 공공부문 개혁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철도파업 과정에서 드러났듯 정부에 대한 불신과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정상화 개혁이 역풍을 맞아 오히려 국정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공부문 개혁의 속도조절 여부와 국민에게 공공부문 개혁의 당위성을 어떻게 설명,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느냐가 박 대통령이 가장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안보 부문에서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남한 당국의 호응을 촉구한 만큼, 박 대통령으로서는 남북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을 상정하는 동시에 북한의 '성동격서'격 도발 가능성에도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하는 긴장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본격적인 '김정은 1인 체제'에서 어떻게 결과물을 낼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도 가볍지 않아 보인다.

◇ 개각설에 인사태풍 관측도…朴대통령 결정은? = 집권 2년차가 되면서 정치권에서는 개각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각 부 장관들에 대한 '지상평가'가 이뤄진 만큼, 집권 2년차의 심기일전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물갈이'는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개각은 지금 현재로서는 전혀 그리고 아예 검토되는게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그러면서 "개각 보도 자체가 정부나 행정부를 흔들게 된다"며 "연초에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보도 자제도 요청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의 중요성을 감안해 '가까운 미래'에 시기를 저울질해서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다만 청와대가 설명한 대로 새해 초 부처별로 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내각의 안정이 중요한 측면이 있다. 예컨대 외국인투자촉진법이나 창조경제 예산 등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지체하지 않고 시간표에 따라 경제활성화나 창조경제 본격화 프로그램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개각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국무조정실이 행정 각 부에 대한 성적표를 내놓을 걸로 예상되는 2∼3월에는 중폭 정도의 개각이 있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온다.

이 시기는 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2월25일)과 겹친다. 취임 1주년이 돼서도 박 대통령이 지난해 말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무엇보다 반드시 새해를 실천과 성과의 해로 만들어야 하겠다"고 강조한 것에 부응하지 못한 장관들은 결국 옷을 벗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즈음이면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 등 언론에서 6월 지방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일부 '스타급 장관'의 거취가 결정될 수 있는 만큼, 개각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박 대통령은 공석인 청와대 비서관 자리와 공직사회 분위기 쇄신을 위한 '고위공무원 인사'를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가치, 운영에 관한 제반사항을 언론에 전달하는 창구인 대변인을 비롯, 현재 공석인 법무비서관과 여성가족비서관을 신속하게 인선해야 할 상황이다.

신설된 NSC 사무처장(정무직 차관급) 인선도 안보 국면에서 중요성이 있는 인사다.

또 지난해 말 총리실 1급 공무원 10명이 전원 사표를 제출한 배경에 공직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총리실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고위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사쇄신' 카드를 쓸지가 박 대통령의 고민에 포함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