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상태이던 이동통신시장이 새해 벽두부터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지난 연말 모 통신사의 보조금 과다 지급을 발단으로 31일 하루 동안 번호이동건수는 정부의 과열기준을 무려 30%나 초과한 3만2천 건을 기록했다. 이동통신 3사들간의 진흙탕 싸움을 배제할 수 없어 주목된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인 1천64억원의 과징금이 발표된 지 채 하루도 못돼 이통사들이 또다시 과잉보조금으로 시장질서를 교란한 것이다. 시장이 과포화상태여서 통신사들이 번호이동에 과민할 수밖에 없는 점이 이유이다. 특히 실적에 민감해지는 월말, 연말효과에다 벌금을 가입자 유치를 통해 보전하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통신사들이 현행 제도를 반기는 점이 더 큰 요인이다. 겉으로는 '과징금 때문에 영업이익이 줄어든다'며 하소연하고 있으나 내심으론 오히려 이를 즐기는 것이다. 규제를 철폐하면 보조금 경쟁이 더 치열해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탓이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중인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기대하는 눈치이다. 단말기 보조금을 공시함은 물론 보조금 차별지급 및 고가 요금제 강제 금지 등 고질적인 보조금경쟁을 요금 및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릴라식 보조금에 따른 부정적 인식도 불식해야 한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공동으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통신사에게만 불이익을 주는 모순도 바로잡아야 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별로이다. 한국의 단말기값은 세계 최상위권임에도 가격을 낮추는 이통사에 대해 영업정지하고 벌금까지 부과하는 식이니 말이다. 미국의 이통사들은 국내보다 월등하게 높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공짜폰도 비일비재하나 아무런 제재가 없다. 선진국의 전문가들은 유례가 드문 황당한 규제에 실소를 금치 못하는 실정이다. 골목 핸드폰가게와 대리점들의 경영환경 악화도 불문가지이다. 그동안 2·3차 대리점들은 보조금 지급으로 수익을 창출했는데 단말기유통법이 발효될 경우 인센티브가 원천봉쇄되는 때문이다. 유통망의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방통위와 통신사간 야합이란 비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옥상옥이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당부한다.
휴대전화 보조금 규제가 능사 아니다
입력 2014-01-0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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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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