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측 황준국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대사와 미국 측 에릭 존 국무부 방위비 분담협상 대사 등 한미 대표단이 9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제10차 고위급 협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SMA)을 체결하기 위한 고위급 협의를 속개하고 협정 문안을 최종 조율한다.

지난 9~10일 진행한 회의를 통해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이 상당히 좁혀짐에 따리 양국은 이날 협상에서 최종 합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전날까지 진행한 협상을 통해 올해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9천억원대 초중반으로 하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9천200억~300억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9천5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란 관측도 같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8천695억원)은 물론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제시한 금액보다도 상당히 증가한 규모다. 정부는 애초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에서 물가상승률 등을 더한 9천억원 정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증액 규모가 커진 것은 무엇보다도 미측의 완강한 요구 때문으로 분석된다. 협상 초기 1조원 이상을 요구했던 미국은 최근까지도 1조원 가까운 금액을 계속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이런 미측의 증액 요구를 추가로 반영한 것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조치(시퀘스터)로 미국 국방예산을 대규모로 감축하고 있는데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정세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점 등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이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 문제 등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방위비 협상이 계속 진통을 겪을 경우 한미동맹에 미치는 영향도 좋지 않다는 점도 정부의 고려 요소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이번 9차SMA의 유효기간은 2018년까지로 5년으로, 유효기간 내에 연도별 증액률은 물가상승률(최대 4% 상한)을 기준으로 하기로 각각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올해 분담금을 9천300억원으로 보고 연도별 물가상승률을 2%로 계산하면 2108년에는 연간 분담금이 1조원이 넘게 된다.

양국은 이와 함께 방위비 분담금의 이월과 전용, 미(未)집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분담금 사용 제도도 일부 보완키로 했다.

주한미군의 분담금 사용에 대한 사전 협의 내지 사후 검증 등을 통해 분담금 사용의 투명성을 다소 높이는 것이 이런 제도 개선의 골자로 관측된다.

양국은 이날 협상이 타결되면 내부 보고 절차 등을 거친 뒤 이르면 12일 합의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국회 비준을 통해 이번 협정은 발효된다.

그러나 증액 규모가 근래 들어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회 통과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직 사용하지 않은 채 적립된 금액과 미측 사정으로 정부가 아직 안 준 금액을 합치면 현재 1조원 이상의 분담금이 쌓여있다"면서 "무조건 증액을 강요하는 미측 요구가 정당한지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도 지난해 7월 외교부와의 당정 협의 뒤 방위비 분담금을 총액 기준으로 감액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한미 양국은 1991년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SMA를 체결하고 미측에 방위비를 지급해왔다. 1991년 제1차 협정을 시작으로 그동안 총 8차례의 협정을 맺어 왔으며 지난 2009년 체결된 제8차 협정은 지난해 말로 적용시기가 끝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