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스위스 국빈방문 및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하는 것을 계기로 내달 수교 51주년을 맞는 한국·스위스 양국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한국과 스위스의 공식 외교관계 수립은 지난 1963년 2월 11일 발표됐으며 스위스는 이에 앞서 1962년 12월 19일 한국을 승인한 바 있다. 스위스는 1974년 12월 북한을 승인했지만, 상주 공관은 설치하지 않고 중국대사관에서 겸임하도록 하고 있다.

스위스는 또 지난 1953년 한국 전쟁 휴전 이후 판문점에 있는 중립국 감시위원회의 상임국가로서 정전협정의 준수 여부를 감독·조사하면서 60여년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이바지해왔다. 지난 53년이래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원회에 근무한 스위스 군인은 1천4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남북한 동시 수교국으로 중립정책을 표방하는 스위스와 한국의 관계는 양국의 경제규모나 국제사회의 위상 등에 비교해볼 때 그리 가깝지 않고 다소 소원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국인 입양아 출신의 스위스 여장교가 남북한 군인들이 관련된 총격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을 줄거리로 담고 있는 영화 '공동경비구역'에서 볼 수 있듯 한국과 스위스는 우호 관계를 오래 유지해왔지만, 한국 국민에게 미국이나 다른 우방처럼 그렇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나라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스위스 국빈 방문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디디에 부르크할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교역·투자 확대 △직업교육·과학기술 분야 협력 강화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 공조 방안 등에 관해 두루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지만 특히 창조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한 경제외교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어서 앞으로 양국 간 경제협력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현지경제인과의 만남 등에서도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한 한국의 경제개혁 추진 방향 등을 설명하면서 스위스 기업의 대한(對韓) 투자 확대와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 분야의 과학기술협력 강화 등을 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은 중립국 스위스 입장에서 볼 때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요한 파트너 국가이다. 스위스는 2013∼2016년 기간에 한국을 비유럽 지역 7개 최우선 국가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양국의 교역 규모는 2012년 현재 29억8천만 달러이다. 한국의 수출은 승용차, 휴대전화, 타이어, 시계부품을 중심으로 4억 달러인 반면 기계류, 시계, 의약품, 귀금속 장식품 등의 수입은 25억8천만 달러로 무역역조인 상태이다.

양국 간 투자는 스위스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많은 편이다. 한국의 대 스위스 투자는 2013년 9월 현재 LG화학, GM대우 등이 116건에 3억249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스위스의 대한(對韓) 투자는 식품가공업체 네슬레, 제약회사 노바티스 등을 중심으로 641건에 21억443억 달러 규모이다.

박 대통령은 21일부터 이틀간 스위스가 대표적 지식산업의 하나로 자랑하는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일명 '다보스 포럼'에도 참석해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 기업인 등을 대상으로 '세일즈 외교'를 계속 이어간다.

양국 정상회담 의제 중 하나로 한반도 및 지역정세가 들어가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스위스는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 마식령 스키 리조트 건설공사에 사용될 스키 리프트 장비 수출을 금지했지만 독자적으로 북한에 대한 분유지원 사업, 물공급 개선사업 등 인도적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청소년 시절 스위스에서 7-8년간 유학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김정은이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마식령 스키 리조트와 스위스의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층 호텔들을 강원도 원산에 건설하는 것도 스위스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이번 스위스 국빈 방문은 스위스 국민에 한국의 존재를 확실하게 인식시켜 주고 북한과 대치 상태임에도 창조 경제를 바탕으로 또 한 번의 경제도약을 준비하는 건실한 나라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스위스의 신문과 방송이 한국 관련 소식은 거의 다루지 않고 김정은 권력승계, 핵실험, 장성택 처형 등 북한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는 뉴스를 주로 보도하는 현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는 현지 교민들의 기대도 높다.

스위스의 한 교민은 "스위스 방송들은 장성택 처형 등 극단적인 북한 뉴스만 자주 보도하고 한국 관련 뉴스는 제대로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통해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 한국의 우수한 산업기술과 문화 등을 스위스 국민에게 각인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네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