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오리류 소비 감소세
축산농가·자영업자 타격
금융·세정·보증 비상지원
정부 '철새' 오염 주범 꼽자
전문가 "야생조류 발병원인
사례없어… 잘못된 조치"
전국적 확산 기류를 보이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강도높은 살처분 등 방역 총력전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지선을 돌파하며 수도권의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닭·오리 소비 감소는 사육농가는 물론 이를 취급하는 자영업자에게도 치명타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와 금융계도 앞다퉈 피해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AI발생 원인과 대책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엇갈리며 혼선이 일고 있다. ┃그래픽 참조
■AI공포 턱밑까지
= 시화호 철새 분변에서 AI 양성반응에 이어 평택시와 인접한 천안시 농가 오리에서도 26일 고병원성 AI 감염이 확인되면서 경기·인천을 위협하고 있다.
아직 AI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과거 경기도에서 AI 시작점이 된 경험이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도는 27일 담당 공무원을 총동원해 가금류 농장 1천673곳, 육가공 공장 1천570곳, 도계장·전통시장·부화장 등 관련시설 148곳에서 소독작업을 벌였다.
경인지역에서는 닭·오리류의 소비감소세가 나타나면서 축산농가 및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또 서해안을 중심으로 한 관광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접어들면서 또다른 경제적 후폭풍이 우려된다.
■정부 신속한 지원나서
= 중소기업청은 설 명절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오리·닭 소비 감소와 전통시장 상인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비상대응책을 추진키로 했다.
중기청은 AI로 직·간접 피해를 본 자영업자 및 관련업체의 경영 안정을 위해 보증공급과 정책자금 상환유예 등 정책금융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중기청은 이날부터 전국 16개 지역신용보증재단을 통해 500억원 규모의 AI 피해업체 특례보증을 시행한다. 육류 도·소매업, 일반음식업 중 가금류 취급업소의 AI 피해업체에 대해 기존 보증 유무와 상관없이 업체당 최대 5천만원 한도로 신용보증을 할 계획이다.
피해업체가 기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중기정책자금 대출금에 대해 상환유예를 요청할 경우 최대 1년6개월까지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또 'AI 피해신고센터'를 설치, 소상공인 피해상담과 신고를 접수하며 피해업체에 대해선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밖에 전통시장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전 부처·공공기관과 함께 '장보기 행사'를 추진하고 온누리상품권 할인폭을 개인고객에게 3%에서 5%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세청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 조짐을 보임에 따라 피해를 본 사업자에 대해 국세 납부기한 연장 등 세정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AI 주범 논란도 여전, 조기 차단 실패 원인?
=AI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발생 때마다 원인은 '추정' 수준에 그쳐 관련 연구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AI의 주범으로 정부가 철새를 지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부 조류전문가들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과거 조류 인플루엔자의 발병 형태와 감염된 철새 및 오리의 바이러스 타입이 동일하다는 점을 토대로 철새에 의해 오리농가까지 전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최초 발병이 확인된 씨오리 농가를 드나드는 축산 차량이나 사람에 의해 감염됐거나, 먹이를 찾아 오리농가를 찾은 철새 가창오리가 농가 오염수에 의해 AI에 옮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철새를 AI 감염원으로 지목하고 진행한 정부의 잘못된 방역 조치로 인해 AI 조기 차단에 실패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철새 연구가 주딧 사보(호주) 박사는 "야생 조류가 AI 발생의 원인으로 규명된 적은 없다"며 "감염된 야생 조류는 48시간 이내에 죽게 될 정도로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도 "정부에서는 이동하는 차량에 대해서만 소독을 실시하고 있는데 사람이 새의 분비물을 밟아 전염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정부에서는 가금류 농가를 출입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독을 진행하고, 농가에서 배출되는 배설물을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서 AI의 전염을 막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야생조류 먹이주기 중단' 조치가 오히려 야생조류의 인가 접근을 유도해 전파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농림식품수산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방역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태성·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