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추진위원회가 창당 일정을 밝히면서 6·4 지방선거는 3자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3자구도는 선거공학적으로 야권에 불리한 구도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이 표방하고 있는 새정치의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신당의 대두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거대정당의 카르텔 구도를 깰 수 있는지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신당'이 야권의 재편과 한국정치 지형의 지각 변동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새정치의 내용이 추상적이고 선언적 차원을 넘어 구체성을 보여야 하며 제도적 측면에 대한 천착이 수반되어야 한다.

3자구도로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중도 보수 성향 표의 분산도 있겠으나 야권 지지 성향 표의 분산이 치명적일 것이다. 야권의 연대가 구태 정치의 전형인 것으로 인식되는 프레임 속에서 민주당이나 신당 모두에게 야권 연대는 부담이다. 이 점이 안철수 신당의 딜레마다. 그러나 선거가 현실임을 고려할 때 선거를 앞두고 지역에 따라 연대가 이루어질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혁신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희생이 뒷받침될 때 연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승부에만 집착한 설익은 단일화나 연대는 야권의 필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환골탈태와 신당의 새정치의 내용에 따라 공론의 방향이 정해질 것이고 여론의 향배에 따라 유권자의 연대나 단일화 요구가 가시화된다면 연대는 당위성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여론이 민주당과 신당에 각자도생의 길을 명령한다면 패배를 각오하고 그 길로 가야 한다. 눈앞의 패배가 더 큰 선거에서 승리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국정치사에서 실패로 끝난 제3세력이 이번에는 한국정치의 구도를 바꿀 수 있느냐의 여부다.

안철수 신당 창당이 속도를 내고 새누리당도 원내대표 선거 등 정치일정이 진행되면서 신당이 추구하는 새정치가 또다시 정치공학적 논리에 매몰되어 손쉬운 연대를 모색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새정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연대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해도 이는 야권의 뼈를 깎는 자기 성찰과 새정치의 내용이 국민에게 추인받을 때 가능한 것이다. 창당 수순을 밟게 될 '신당'은 정치의 틀을 새롭게 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정치에 기여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