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장 진입도로에는 '전방 30m 방역중'이라는 노란 경고판이 외부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본 양계장 내부는 소독이 한창이었다. 접근이 불가능해 전화로 통화한 양계장 관계자 한모(65)씨는 "평소 하루 2번 소독을 했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가 시작된 이후 하루 3번씩 소독을 하고 있다"며 "매년 설에 친척 40~50명이 모였는데 올해는 오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한탄했다.
AI 바이러스가 시화호에서 발견되는 등 수도권까지 위협하면서 도내 가금류 농가는 설 명절을 가족과 보내는 것을 포기한 채 AI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동중지 명령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농가들은 외부와의 접촉이 단절돼 생필품 구입은 물론 감기 환자들이 병원도 가지 못하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기러기와 닭을 사육하는 안산시 장상동의 한 농장 역시 농장 입구를 끈으로 두르고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농장주 이모(68·여)씨는 "밤부터 목이 아픈데 전날 오후 11시 넘어 이동중지 명령을 전달받아 약도 못 사러 가고 꼼짝없이 갇혀 있다"며 "6개월 정도 키운 기러기를 출하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산시 팔곡1동의 토종닭 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방역상 출입통제 푯말을 걸어두고 농장 입구는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농장주 경모(60)씨는 "혹시 닭들이 AI에 감염되기라도 하면 5천만원 넘게 손해보게 된다"며 "이동중지가 해제돼도 당분간 외부출입을 자제해야 되는데 생필품 등 설에 사용할 물건을 구입하지 못해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방역대책 상황실 관계자는 "예상대로 이동중지 명령은 오후 6시에 모두 해제됐지만, 혹시라도 있을 위험요소를 살피기 위해 방역사항을 계속 체크할 예정"이라며 "설에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가금류 농장 관계자들에게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는 이날 가금류 농장 1천673곳, 육가공 공장 1천570곳, 산계장·전통시장·부화장 등 관련 시설 148곳에서 소독 작업을 벌였다.
/김학석·이재규·윤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