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텔레마케팅(TM) 신규영업 금지를 놓고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
최소 3만여명에 이르는 TM 종사자들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한다고 간주한 이번 조치는 이들을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한 셈이기 때문이다.
반발이 거세자 부랴부랴 보완책으로 마련한 '갱신 영업 허용'이나 '고용 유지' 등의 주문 역시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카드사에서 유출된 정보가 시중에 유통되는 '2차 피해'는 없다고 단언한 마당에 이처럼 극단적인 처방을 내린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평균 100만원대 박봉에 고졸·전문대졸 출신 여성이 대부분인 텔레마케팅 직원들은 연휴 이후 생계가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달간 푹 쉬라니…" TM 수만명 한숨
국내 금융회사에 소속된 텔레마케터는 3만2천명 수준이다. 외주·파견 TM, 보험대리점·홈쇼핑 등에 소속된 TM 설계사를 포함하면 6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이 3월까지 대출모집이나 보험·카드 판매 등 신규영업을 금지하자 이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독립법인대리점(GA) TM인 김모(35·여)씨는 "정보유출 사고로 죄인 취급 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당국의 이번 조치로 밥줄까지 끊기게 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자녀가 두 명 있는 김씨는 남편이 실직한 탓에 가족의 생계를 떠맡고 있다.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집에서 인터넷 전화로 일하고 있다.
그는 "두 달간 굶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당국에) 적발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TM의 70~80%는 40세 미만에 고졸 또는 전문대졸 학력자다. 평균 100만원대인 급여는 실적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박봉이다.
취업정보업체 '사람인'이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TM 공급기업 상담원의 연령대는 29세 이하가 48.4%, 30~39세 43.9%, 40세 이상 7.7%다.
월평균 급여는 131만~150만원이 53.8%로 가장 많고 100만~130만원(24.4%), 151만~200만원(15.2%) 순이다. 200만원 이상은 5.1%, 100만원 미만도 1.5%다.
고졸이 40.9%, 전문대졸이 36.2%, 대졸이 21.3%다.
TM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금융당국의 '신규영업 금지'에 따른 걱정과 불만을 드러내는 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한 회원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두 달간 푹 쉬라고 한다"며 답답해했다. 다른 회원은 "설 연휴 이후 교육을 받기로 됐는데 취소됐다"고 황당해했다.
한 홈쇼핑 보험사업팀장은 "사업계획을 다 짜놨는데 갑자기 모든 아웃바운드(전화를 걸어서 하는 마케팅) 채널을 막아버리니 대책이 안 선다"며 한숨을 쉬었다.
홈쇼핑 업계는 금융당국의 조치로 일단 TM들을 교육에 보내거나 휴가를 쓰게 만들었다. 설 연휴 이후 어떻게 할지는 아무 계획이 없다.
국내 5대 홈쇼핑의 TM 인력은 약 5천명이다. 금융당국이 이들을 '해고하지 말라'고 했지만, 특수고용직인 TM은 고용 상태만 유지돼선 수입이 거의 없다.
TM 외주업체의 임원 A씨는 "TM의 수입 대부분은 성과급"이라며 "정부 대책 때문에 할 일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월급을 주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정상의 비정상화' 초래할지도…일각선 집단행동 조짐도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정부가 표방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라 도리어 '정상의 비정상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권의 TM 영업이 당국의 감시를 거의 받지 않는 쪽으로 몰리는 음성화를 부추길 수 있다.
신용대출상담사 이모(40)씨는 "이제는 거리에서 무작정 전단을 뿌리는 '고전적 방법' 밖에 없다"며 "전단 1천장을 돌려봐야 전화는 몇 통 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상담사는 기본급이 없고 대출 성사 건당 수수료만 받는다"며 "이 때문에 사금융 시장으로 가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막막해진 TM들의 생계를 전했다.
TM이 금지돼 수입이 뚝 떨어지면 그동안 법의 테두리에서 일하던 1·2금융권 대출상담사들이 사금융으로 몰릴 것이라는 얘기다.
담보대출상담사 신모(44)씨는 "비제도권은 대포폰(명의자가 다른 휴대전화)을 쓴다"며 "정보유출 같은 사고가 생겨도 범인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TM 직원들의 불만은 일제히 금융당국을 향했다. 일각에서는 집단행동의 조짐마저 보인다.
TM 직원 단체인 한국컨택센터협회는 오는 4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설 연휴 이후에도 (TM 영업) 금지가 풀리지 않으면 금융위에 가서 실력 행사라도 할 태세"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틀어막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규제라고 입을 모았다.
GA 소속 TM 김씨는 "갱신은 되고 신규는 안 된다는데, 전화 영업은 갱신과 신규의 구분이 모호하다"며 "2차 피해가 없다면서 왜 일을 못하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카드업무 TM인 김모(39·여)씨도 "갱신 안내로 전화했는데 만약 새 카드에 대해 물어보면 그냥 끊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팔라지자 일선 은행 창구의 가계대출을 모두 중단시키는 조치로 역효과를 낸 전례가 있다.
금융권에선 이번 TM 신규 영업 금지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두 조치 모두 법적 근거 없이 구두지시나 협조공문 등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연합뉴스
최소 3만여명에 이르는 TM 종사자들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한다고 간주한 이번 조치는 이들을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한 셈이기 때문이다.
반발이 거세자 부랴부랴 보완책으로 마련한 '갱신 영업 허용'이나 '고용 유지' 등의 주문 역시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카드사에서 유출된 정보가 시중에 유통되는 '2차 피해'는 없다고 단언한 마당에 이처럼 극단적인 처방을 내린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평균 100만원대 박봉에 고졸·전문대졸 출신 여성이 대부분인 텔레마케팅 직원들은 연휴 이후 생계가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달간 푹 쉬라니…" TM 수만명 한숨
국내 금융회사에 소속된 텔레마케터는 3만2천명 수준이다. 외주·파견 TM, 보험대리점·홈쇼핑 등에 소속된 TM 설계사를 포함하면 6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이 3월까지 대출모집이나 보험·카드 판매 등 신규영업을 금지하자 이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독립법인대리점(GA) TM인 김모(35·여)씨는 "정보유출 사고로 죄인 취급 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당국의 이번 조치로 밥줄까지 끊기게 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자녀가 두 명 있는 김씨는 남편이 실직한 탓에 가족의 생계를 떠맡고 있다.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집에서 인터넷 전화로 일하고 있다.
그는 "두 달간 굶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당국에) 적발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TM의 70~80%는 40세 미만에 고졸 또는 전문대졸 학력자다. 평균 100만원대인 급여는 실적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박봉이다.
취업정보업체 '사람인'이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TM 공급기업 상담원의 연령대는 29세 이하가 48.4%, 30~39세 43.9%, 40세 이상 7.7%다.
월평균 급여는 131만~150만원이 53.8%로 가장 많고 100만~130만원(24.4%), 151만~200만원(15.2%) 순이다. 200만원 이상은 5.1%, 100만원 미만도 1.5%다.
고졸이 40.9%, 전문대졸이 36.2%, 대졸이 21.3%다.
TM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금융당국의 '신규영업 금지'에 따른 걱정과 불만을 드러내는 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한 회원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두 달간 푹 쉬라고 한다"며 답답해했다. 다른 회원은 "설 연휴 이후 교육을 받기로 됐는데 취소됐다"고 황당해했다.
한 홈쇼핑 보험사업팀장은 "사업계획을 다 짜놨는데 갑자기 모든 아웃바운드(전화를 걸어서 하는 마케팅) 채널을 막아버리니 대책이 안 선다"며 한숨을 쉬었다.
홈쇼핑 업계는 금융당국의 조치로 일단 TM들을 교육에 보내거나 휴가를 쓰게 만들었다. 설 연휴 이후 어떻게 할지는 아무 계획이 없다.
국내 5대 홈쇼핑의 TM 인력은 약 5천명이다. 금융당국이 이들을 '해고하지 말라'고 했지만, 특수고용직인 TM은 고용 상태만 유지돼선 수입이 거의 없다.
TM 외주업체의 임원 A씨는 "TM의 수입 대부분은 성과급"이라며 "정부 대책 때문에 할 일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월급을 주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정상의 비정상화' 초래할지도…일각선 집단행동 조짐도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정부가 표방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라 도리어 '정상의 비정상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권의 TM 영업이 당국의 감시를 거의 받지 않는 쪽으로 몰리는 음성화를 부추길 수 있다.
신용대출상담사 이모(40)씨는 "이제는 거리에서 무작정 전단을 뿌리는 '고전적 방법' 밖에 없다"며 "전단 1천장을 돌려봐야 전화는 몇 통 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상담사는 기본급이 없고 대출 성사 건당 수수료만 받는다"며 "이 때문에 사금융 시장으로 가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막막해진 TM들의 생계를 전했다.
TM이 금지돼 수입이 뚝 떨어지면 그동안 법의 테두리에서 일하던 1·2금융권 대출상담사들이 사금융으로 몰릴 것이라는 얘기다.
담보대출상담사 신모(44)씨는 "비제도권은 대포폰(명의자가 다른 휴대전화)을 쓴다"며 "정보유출 같은 사고가 생겨도 범인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TM 직원들의 불만은 일제히 금융당국을 향했다. 일각에서는 집단행동의 조짐마저 보인다.
TM 직원 단체인 한국컨택센터협회는 오는 4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설 연휴 이후에도 (TM 영업) 금지가 풀리지 않으면 금융위에 가서 실력 행사라도 할 태세"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틀어막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규제라고 입을 모았다.
GA 소속 TM 김씨는 "갱신은 되고 신규는 안 된다는데, 전화 영업은 갱신과 신규의 구분이 모호하다"며 "2차 피해가 없다면서 왜 일을 못하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카드업무 TM인 김모(39·여)씨도 "갱신 안내로 전화했는데 만약 새 카드에 대해 물어보면 그냥 끊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팔라지자 일선 은행 창구의 가계대출을 모두 중단시키는 조치로 역효과를 낸 전례가 있다.
금융권에선 이번 TM 신규 영업 금지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두 조치 모두 법적 근거 없이 구두지시나 협조공문 등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