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선임병의 폭행·성추행에 시달린 끝에 목을 맸다가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자살이라는 이유로 치료비를 지원받지 못한 전역병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무상 장애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고 군에 주문했다.

인권위는 군 복무 중 목을 매 뇌 병변 판정을 받았지만 공무에 따른 사고로 인정받지 못한 A씨에 대해 공무상 장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육군참모총장에게 A씨의 상이 구분 판단을 재심사할 것을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은 인권위가 군의 결정과 다른 권고를 하면 재심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10월 육군의 한 사단에 배치돼 군 생활을 시작했지만 소총을 생활관에 방치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선임병의 잦은 구타와 폭언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선임병은 A씨가 온라인 게임을 하며 얻은 고가의 게임 캐릭터를 자신에게 넘기라며 A씨를 압박했으며 성(性)적인 글과 그림으로 A씨에게 수치심을 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부모는 진정서에서 "선임병 중 한 명이 피부가 희고 체격이 왜소한 아들을 귀여워했는데 아들이 의식이 잠시 돌아왔던 2011년 8월께 이 선임병으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군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느낀 A씨는 결국 자대 배치 두 달여 만에 부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고 후유증으로 뇌 병변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군은 2011년 11월 상이구분 심사를 해 A씨의 사례를 '자해에 의한 상이'로 분류하고 공무로 인해 생긴 심신 장애가 아니라는 뜻의 '비공상'으로 결정했다.

군 병원에서 진료비를 지원받던 A씨는 '비공상' 판정을 받은 이후 매달 3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A씨가 입대 전 정신과 분야의 문제가 없었고 달리 자살을 기도할 동기가 없었다는 점, A씨가 폭행·가혹행위 등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자해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전문의 소견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정신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해행위에 이르게 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헌법상 건강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으로 훈령이 정한 공상(공무상 장애) 기준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피해자 구제를 위해 상이 구분을 재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