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안 염전 섬노예 사건. 6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일자리를 준다"는 말에 속아 외딴섬에서 '염전노예'로 일한 장애인 김모(40)씨와 채모(48)씨를 탐문수사 끝에 구출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감시를 피해 '구출해달라'고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가 수사의 단서가 됐다. 정확한 주소를 알 수 없었던 경찰은 소금 구매업자로 위장해 섬 곳곳을 탐문해 지난달 28일 염전에서 일하던 이들을 구출했다. 김씨는 1년 6개월, 채씨는 5년 2개월 만이다. 사진은 섬에서의 김씨 생활 모습. /연합뉴스=구로경찰서 제공
장애인들을 외딴 섬에 팔아 넘겨 이른바 '염전 섬노예'로 만든 인면수심의 일당이 적발돼 네티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서울 구로경찰에게 극적으로 구출된 장애인 채모(48)씨가 노예처럼 생활한 곳인 전남 신안군 신의면 파출소와 면사무소에 7일 항의성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신안 염전 섬노예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목포경찰서는 오는 10일부터 신안 일대 모든 염전을 대상으로 인권유린 행위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관내에서 벌어진 심각한 인권 유린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외지 경찰서를 통해 사태를 파악한 목포경찰서는 뒤늦게 합동 점검반을 꾸려 네티즌들로부터 '뒷북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잊을만 하면 염전, 어선 종사자들의 인권 유린 사건이 터져 신안의 이미지를 먹칠했다"면서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이 염전 등을 정기적으로 돌며 자세하게 들여다 봤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염전 섬노예 파문으로 "근무를 똑바로 하라"는 등 욕을 많이 먹고 있다는 신의파출소 한 관계자는 억울함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섬에서 노예처럼 생활했다'는 이 장애인이 파출소와 불과 70여m 떨어진 이발소에서 편지를 써 우체통에 넣은 것으로 안다"며 "파출소만 들렸더라도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 신안 염전 섬노예 사건. 직업중개인을 따라나섰다가 외딴 섬으로 팔려가 염전에서 강제노역을 해야했던 김모(40)씨가 어머니에게 보낸 '구조 요청' 편지. 어머니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탐문에 나서고서야 김씨는 1년 6개월만에 무사히 구출될 수 있었다. /연합뉴스=구로경찰서 제공
그러나 일각에선 채씨가 현지 경찰을 믿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신의도 염전 면적은 239 농가에 550㏊로 전국 최대(20%) 규모다. 천일염을 한창 생산하는 7∼8월에는 외지에서 온 종사자가 300명에 이른다.

구로경찰서는 채씨를 노예처럼 부린 염전주인 홍모(48)씨를 영리약취·유인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채씨등 피해자 2명은 홍씨 감시를 피해 어머니에게 '구해달라'는 편지를 보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소금 구매업자로 가장해 탐문수사에 나서 극적으로 구출했다.

채씨는 '더 나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속아 지난 2008년 목포의 한 직업소개소 직원 고모(70)씨를 따라 신안군의 한 외딴 섬 염전으로 가게 됐다.

채씨 등 피해자들은 월급 한푼 받지 못하고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뿐 아니라 온갖 집안 일까지 하루에 19시간 가까이 노역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염전 사장과 직업소개업자 등 2명을 입건하고 다른 일당을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