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개입 의혹 축소수사 혐의를 받던 김용판 전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법원의 1심 무죄 판결이 새해 정국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떠올랐다.
야권이 이를 '정권 차원의 무죄 만들기 공작'으로 규정,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 카드를 다시 꺼내들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까지 제출하는 등 총공세에 나서면서 전운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도 "사법부가 짜맞추기 수사와 야권의 대선 불복 공작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야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정국이 다시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은 또 교학사 교과서 우편향 논란과 관련해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함께 제출했고,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 관련 국회 국정조사가 끝나는 대로 현오석 경제부총리 해임안도 내기로 하는 등 전면전 태세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 주에는 10~12일 국회 대정부질문이 예정돼 있어 여야가 특검과 해임건의안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9일 특검 도입 요구를 '법치주의·삼권분립에 대한 도전'으로 일축하면서 민주당을 "사법제도와 선거제도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규정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민주당도 이날 국회 의사일정 불참 가능성을 시사하는 한편, 대정부질문에서도 특검 관철을 위한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권심판론' 카드를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 도입 요구는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고 재판 무력화를 시도하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의 국회 보이콧 시사에 대해서도 "어린아이 생떼를 넘어서는 민생을 볼모로 한 협박"이라고 비난했다.
김태흠 원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은 '사법부를 불신하고 정치편향적인'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의 발언만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재판부에 법리와 증거를 떠나 자신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라는 협박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경남 창원에서 지역 언론인과 오찬간담회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검 시기와 범위를 계속 논의한다'는 여야 합의를 언급, "하루 빨리 특검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는 회담에 응하라"면서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과 국회 의사일정에 관한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가 다시 극한 대치 조짐을 보이는 배경에는 6·4 지방선거를 앞둔 기싸움의 성격이 적지 않다.
예비후보 등록개시로 선거전의 서막이 오른 만큼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고 선거 이슈를 주도해 나가려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부터 정쟁의 불씨로 작용해온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은 여야 모두 당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선거 기간 내내 이를 둘러싼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양자 구도의 혜택을 누려온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서로 대립하는 구조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기존 여야 정당이 대치하는 구도를 이어간다면 신생 세력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의 활동 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다른 시각에서는 여야가 해답을 도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정쟁을 계속 이어갈 경우 '새로운 정치'를 내세운 새정추가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