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사건을 축소 은폐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검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할 태세다. 민주당 문병호 의원이 어제 특검을 위한 회담을 여권에 촉구하면서 "(회담이)지켜지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과 국회 의사일정에 관한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이번 김용판 무죄 판결을 빌미로 특검을 요구하고 이로 인해 국회 의사일정이 중단돼선 안 된다. 지방선거를 불과 100여일 남겨두고 특검을 다시 꺼내 정치쟁점화하려는 민주당의 속셈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번 판결은 1심판결에 불과하다. 이번 판결은 상급심을 거치며 더욱 구체적이고, 정밀한 검증과정을 거쳐 문제가 있다면 새로운 판결이 내려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특히 민주당은 1심 판결을 두고 "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적 판결"이라거나 "정권 차원의 노골적인 수사 방해"라며 법무장관 해임 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치졸한 느낌마저 든다. 더욱이 특검을 요구하면서 2월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 물러가라"라는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 야당 국회의원의 행태는 너무 실망스럽다.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도입되는 기초연금법 제정, 국가정보원과 검찰 개혁,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포함한 지방선거제도 개혁 방안, 그리고 카드사 고객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책임과 해법, 의료서비스 규제완화 등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여·야 대표도 이번 국회에서 민생법안을 산뜻하게 처리하겠다고 장담했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일부 강경파 의원들에 의해 끌려다니는 민주당 수뇌부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지난 1년동안 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여·야 모두 소모적인 정쟁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며 국민을 실망시켰다. 그런데 또다시 김용판 판결을 빌미로 정국이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법원의 판결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나아가 2월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려는 행위는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