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지키기 위해선 강압적 언행 삼가고
법위에 군림 말고 법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십수년전, 사건기자로 법조를 출입할 때 일이다. 아침 저녁으로 매일 출입하는 검찰과 법원이지만 들어갈 때마다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기자 경력도 10년이 넘었고 법조 출입한지도 수년이 됐지만 왠지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던 것 같았다. 검사나 판사들과 사건과 판결에 대해 이야기 할때는 물론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서로간에 긴장을 놓지 않았던것 같다.
일부 검사나 판사들이 취재와 관련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때 마다 서로 언쟁 하며 다투는 일도 많았다. 때로는 화를 참지 못하고 '출입하는 기자에게 이렇게 하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어느 정도겠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올 때도 있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면 기자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판사들은 재판정에서도 역시 똑같은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극히 일부 판사들 얘기다. 그 당시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면서 반말을 하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든, 항의하거나 문제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법정에 선 사람들 대부분이 판사의 선처를 바라는 상황에서 '왜 반발하느냐, 고 따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일부 판사들의 잘못된 언어와 태도는 점점 보편화 됐고 법정에서는 마치 관행처럼 오히려 자연스러워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금 판사들의 언행을 보면 언어 폭력 수준이다. 솔직히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단순히 법조를 출입했던 기자의 인연으로 판사들을 이해하려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대부분의 판사들은 최근 벌어지는 막말파동을 보면서 불쾌할 게다. 극히 일부 판사들의 언행을 놓고 전체 판사들의 문제인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고…. 그러나 한번이라도 재판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절대 과장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잇따른 판사들의 잘못된 언행은 마치 유행처럼 번지는 것 같다. 일종의 정제되지 않은 영웅심리로 언론의 조명을 받겠다는 듯이 말이다.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판사들의 막말 파동에 국민들은 모든 판사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사실 판사들이 심문과정에서 반말은 문제도 아니다. 재판에서 선입견을 갖고 노인들을 비하하거니 인격적인 모욕 등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을 때도 많다. 어느정도이기에 법원들 마다 판사들의 잘못된 언행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겠는가. 법원들 마다 묘수라고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것도 미봉책일 뿐 여전히 판사들의 막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지방 변호사회마다 '좋은판사'와 '나쁜판사'를 선정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웃지 못할일은 여기서 부터다.
몇년전부터 지역 변호사회가 판사들을 평가하고 있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도 최근 수원지법과 관할 지원의 판사들을 대상으로 우수법관과 하위법관을 선정 발표했다. 이번 법관평가에는 109명의 변호사가 참여해 공정성과 품위, 친절, 직무능력 등 10개 항목을 평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정과정을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판사가 법률의 테두리안에서 얼만큼 적확하게 법 해석을 통해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노력했느냐가 아니다.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판사들의 공통점이다. 웃는 낮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관계인에게 경어를 사용해 친절하게 대했느냐. 또 소송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변론 기회를 주고 별다른 선입견 없이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했느냐. 반면 개인의 선입견을 드러내거나 증거신청 제한, 재판도중 화를 내거나 중간에 말을 자르는 행동을 한 판사들은 하위법관으로 선정됐다. 정말 판사들이 곱씹고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우리나라 판사의 수준이 정말 이정도 밖에 안되는가….
앞서 열거한 것들은 판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이다. 모든 판사는 이같은 기본을 지키며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기본이 좋은판사를 선정하는데 가장 큰 기준이 됐다면 판사들은 정말 부끄러워 해야 한다. 그리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 판사가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는 것은 강압적인 언행과 권위적인 모습이 아니라 적확한 법률해석을 통해 공정한 판결을 내릴 때다. 판사가 법위에 군림하고 있기 때문에 재판의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것 아닌가. 판사는 법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더이상 국민의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법조를 출입했던 기자의 바람이다.
/박승용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