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는 지난해 6월 법률자문과 민사소송, 청문 등 법무관련 업무를 담당할 변호사 1명을 모집했다.

고문변호사가 아닌, '일반임기제 나급'으로 정년과 신분이 보장되는 정규직이기는 했지만, 6급에 해당하는 팀장급인데다 연봉 5천만원 안팎의 '열악한' 조건에 변호사들이 얼마나 응모할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무려 39명의 변호사들이 응모해 치열한 경쟁을 보인 것이다.

같은해 신규로 변호사를 뽑은 광명시도 3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안양시의 경우 정규직이 아닌, 2년 임기의 계약직을 뽑는데도 13명이나 응시했다. ┃관련기사 3면

공직사회가 변호사 취업의 블루칩으로 각광받고 있다. 로스쿨 등으로 인해 변호사 수가 크게 늘어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변호사 중 상당수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만2천607명이던 국내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된 2012년 1만4천534명으로 급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만6천547명으로 불과 2년새 30%가 증가했다.

로스쿨에서만 1천500여명, 사법연수원에서 1천여명 등 해마다 2천500여명의 변호사가 신규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 로펌 위주의 수임 쏠림현상도 가속화돼 과거 명예와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던 변호사가 '취업백수 후보군'으로까지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달 26일 화성에서는 50대 변호사가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변호사들의 지자체 취업이 러시를 이루게 된 직접적 계기는 안전행정부가 지난 2012년 9월 '자치단체 법적 대응력 강화를 위한 변호사 채용 방안'을 마련하면서부터다.

총액인건비 테두리에서 정원 증원없이 변호사 채용이 가능해지면서 광역·기초단체들은 기존 고문변호사와 별도로 변호사를 직접 채용해 행정소송과 법률서비스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고시 출신(5급)보다 직급이 낮은 것은 물론 계약직 채용에도 변호사들이 몰리자, 반신반의했던 지자체들은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반면, 변호사 업계에서는 변호사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모습이다.

사정이 이렇자 시장·수요자 중심으로 변호사들의 배출시스템과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장성근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장은 "변호사들의 잇따른 죽음은 최근 포화상태에 이른 변호사 업계와 관련이 크다"며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져온 법률가 배출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고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도내에서는 14개 지자체에서 6급 상당의 상시근무 변호사 16명이 채용됐다.

/이경진·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