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작심하고 질타한 것은 일부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공기관 노조가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방침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방만경영의 '실상'을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공개'함으로써 비판여론을 주요 국정과제인 공공기관 개혁을 위한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산하 38개 공공기관 노조는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 맞서 공공기관 부채의 근본원인이 과잉복지보다는 낙하산 인사와 정책실패 등에 있다며 노사교섭 거부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의 상당 부분을 언론에 보도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실태를 조목조목 언급하는데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부채 상위 12개 공기업은 최근 5년간 3천억원이 넘은 복지비를 지출했을 뿐 아니라 일부 기관은 해외에서 학교에 다니는 직원 자녀에게도 고액의 학자금을 지급하거나 직원 가족에게까지 100만원 한도에서 치과 치료비를 지원한 기관도 있다"며 '방만경영' 실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12개 공기업의 총부채 규모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0조원이 넘고, 295개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며 "또 하루 이자비용이 200억원이 넘고 이중 5개 기업은 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오랜 세월동안 이런 방만경영을 유지해왔다는 것을 국민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드시 공공부문의 개혁을 이룩해서 그동안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것을 제자리에 돌려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공기업 노조의 최근 반발 기류에 대해 "정상화 개혁에 저항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비판하고 강력히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노사간 '이면합의'가 과도한 복지혜택의 원인이라고 지적함으로써 공공기관장들에게도 경고장을 내밀었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 공시 내용을 보면 다수의 공공기관이 별도 협약에서 심지어 이면 합의를 통해 과다한 복리후생비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축하금 명목으로 직원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한 경우도 있고, 무상교육 실시에도 불구하고 직원 자녀에게 보육비를 거의 100%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위기상황에서 공공기관 노조가 연대해 정상화 개혁에 저항하려는 움직임은 심히 우려되고 국민께서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민은 어려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공공부문에서 방만경영을 유지하려고 저항한다면 국민에게 그 실태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그 변화의 길에 저항과 연대, 시위 등으로 개혁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면서 "이면합의를 통해 과도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관행은 이번에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 원인을 과잉복지와 방만경영이라고 주장하지만, 진짜 원인은 정부 재정으로 할 사업을 공공기관에 전가하고 공공요금을 원가 인하로 책정한 정책 실패"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을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박 대통령은 "과거 무리하게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정책사업과 전시행정을 추진하면서 부채를 떠안게 된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부분도 우리 정부에서는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공공기관 노사간 자율적 협력에 따라 스스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솔선수범해서 성과를 내는 기관들을 발굴해 잘 알리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