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이 11일 재판에 넘겨진지 3년여 만에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기정 부장판사)는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을 내린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벌금 1억원 부분은 이미 형이 확정돼 김 회장에게 선고된 총 벌금액은 51억원이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사회봉사 300시간을 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범행 당시 한화그룹 전체의 재무적·신용적 위험을 한꺼번에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량 계열사 자산을 동원한 것"이라며 "기업주가 회사자산을 자신의 개인적 치부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한 전형적인 사안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부실 계열사 등에 대한 연결자금 제공과 지급보증은 이른바 '돌려막기' 과정에서 그 피해 위험성의 규모가 확대 평가된 측면이 있고 결과적으로 피해 계열회사의 모든 책임이 소멸해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 본인이 약 1천597억원을 공탁하고 양도소득세 포탈세액을 전액 납부한 점, 동일석유 주식 저가매각에 관여한 피고인 가족이 해당 피해액을 전액 공탁한 점 등 상당 부분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나름대로 경제 건설에 이바지한 공로와 함께 건강 상태가 나쁜 점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구제하기 위해 우량 계열사 자산을 동원하고, 특정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넘겨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이듬해 4월 2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배임액 축소와 피해액 변제 등을 참작한 결과였다.
김 회장은 대법원이 작년 9월 원심 판단 일부를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추가 심리를 거쳤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웰롭에 대한 한화석화의 부동산 저가매각, 드림파마의 아크런에 대한 부채 변제 등의 혐의가 다시 다뤄졌다.
재판부는 "한화석화가 여수시 소호동 소재 부동산을 저가매각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고 매각 당시 피고인들에게 범행의 고의가 있었다"며 "원심의 유죄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드림파마의 경우 11억8천여만원 규모의 배임만 유죄로 인정한다"며 이 행위가 횡령이라거나 배임에 해당할 경우 그 액수가 157억원에 달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유통·웰롭에 대한 연결자금 제공과 지급보증 부분을 제외하면 파기환송심이 유죄로 인정한 배임액은 총 1천585억원이었다. 항소심이 유죄로 본 1천797억원보다 다소 줄었다.
재판부는 이밖에 김 회장과 함께 기소된 홍모(66) 전 재무팀장도 징역 3년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수감된 지 4개월여 만에 건강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결정을 받아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김 회장은 이날 집행유예 선고로 구속 피고인 신분에서 잠정적으로 벗어나게 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판결 선고 직후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오랜 재판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반성과 개선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