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125억원의 예산을 들여 수원역 지하 2층에 보행통로를 개설키로 해 8월 개점 예정인 롯데쇼핑타운을 도와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경인일보 2월 4일자 1·3면 보도)이 일자,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공사비 부담을 놓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수원역 서편에 롯데쇼핑타운이 건립되고, 역세권 개발이 완료될 경우 늘어나는 유동인구를 대비해 수원역 지하 2층을 보행통로로 개설해야 한다는 수원시 주장에 대해 실질적인 이익을 보는 것은 롯데인 만큼 롯데가 건설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일 역전지하도상가, 매산로테마거리, 역전시장, 매산시장 등 수원역 인근 4개 전통시장 상인회는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하연결통로는 '롯데로 가는 지름길'이다.

지난해 분명히 시에서는 수원역의 교통난을 해결한다면서 환승센터에만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롯데를 돕기 위해 막대한 시민의 혈세로 지하통로를 뚫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매산로테마거리 한상철 회장은 "수원역 전통시장 맞은편에 롯데쇼핑타운이 생긴다는 것 자체만으로 전통시장 상권 붕괴가 우려되는데, 우리에게 상의도 없이 통로까지 만드는 건 수원시나 롯데 모두 상생의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롯데, AK, KCC가 교통체증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과선교 사업비를 부담하는 만큼, 롯데가 들어선 이후 통행에 문제가 생긴다면 당연히 관련 사업비용을 롯데가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시민단체도 우려섞인 목소리를 표명했다. 경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시가 구조적 안전성도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하통로 건설을 밀어붙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수원시는 지하통로가 보행편의를 위한 건지, 서쪽 상권의 이익을 보장하려는 건지 제대로 검토해서 공사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지하연결통로는 롯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향후 KCC 부지가 지구단위 계획으로 개발이 이뤄지면 수원역 전체의 교통난이 예상되는 만큼, 수원역 동편을 이용하는 보행자들이 서편으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연결통로 건설 비용을 롯데 측에 부담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선회·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