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깡통 버리면 안돼…."

지난 12일 오후 10시 40분께 수원시 파장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이모(90) 할머니가 배달오토바이에 치여 머리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헌 유모차가 없이는 거동이 불편한 이 할머니는 유모차에 몸을 의지한채 주로 새벽시간대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깡통을 줍고 있는데, 이 날도 어김없이 깡통을 줍다 신모(41)씨가 몰던 배달 오토바이에 치였다. 신씨는 마주오던 차량의 불빛 때문에 앞에 있던 할머니를 보지 못했던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진술했다.

사고 당시 이 할머니는 머리에 피를 흘린채 바닥에 쓰러졌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와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돼 머리를 꿰매는 등의 치료를 받았다.

남편과 사별후 파장동에서 홀로 거주하던 이 할머니는 지난 20년간 인근 동네를 돌아다니며 빈 깡통과 폐지를 주워왔다. 어렵게 모은 깡통과 폐지는 1㎏당 100원꼴로, 많이 주워봐야 하루 3천원 정도 받을 수 있는데, 이날 이 할머니가 주운 깡통은 고작 500원어치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할머니는 피를 많이 흘려 의식이 흐릿한 상황에서도 "깡통, 깡통을 버리면 안된다"며 길에 떨어진 깡통을 꼭 쥔채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노송지구대 관계자는 "할머니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깡통이 어딨냐고 물어봐 지구대에 안전하게 보관해뒀다고 하니 비로소 미소를 짓더라"며 "관내에 노인들이 폐지를 줍다 사고를 당할 때가 많은데 참 안타깝다"고 전했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