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게 적용된 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34년 만의 내란음모 사건에 사법부가 유죄 결론을 내린 것이다.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17일 내란음모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의원에 대해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이상호·조양원·김홍열 피고인은 징역 7년·자격정지 7년, 홍순석 피고인은 징역 6년·자격정지 6년, 한동근 피고인은 징역 4년·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았다. 이석기·이상호·김근래 피고인이 소지한 일부 이적표현물은 몰수했다.
그러나 이석기 피고인의 일부 이적표현물 소지에 대한 국보법 위반 혐의와 조양원 피고인의 일부 국보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RO에 속해 남한사회 혁명을 목표로 사상적 일체감을 갖고결정적 시기에 수(首)의 지시에 따라 폭동에 나설 준비가 된 상태에서 지난해 5월 때가 임박했다고 보고 조직원에게 내란실행 불가피성을 납득시키는 한편 폭동을 구체화·다각화했다"고 판시했다.
"비록 세부 계획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부 지침을 철저히 따르는 조직 성격에 비춰보면 범행의 실현 가능성과 실질적 위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법률 기능을 소멸시키려는 국헌문란 목적 아래 국회·정당·시민사회 등 곳곳에서 결정적 시기를 기다리다가 전쟁 위기가 높아지자 수도 한복판에서 무장폭동을 모의하는 중대 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무겁다"고 재판부는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 의원에 대해서는 "현역 국회의원임에도 RO 총책으로 활동하며 내란을 선동하고 음모했다. 민혁당 사건 당시 실형을 선고받고 복권되는 등 2차례 관용을 받았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러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판결은 검찰이 주장한 지하 비밀조직 'RO'의 실체를 인정하고 지난해 5월 회합에서 나온 이 의원 등 피고인들의 발언을 내란을 모의하거나 선동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신빙성 있는 제보자 진술과 세포모임, 회합 참석과 연기 경위, 회합 참석자들의 이념적 기초, '지휘원' 호칭 등을 살펴보면 RO는 지휘체계를 갖춘 조직이라고 볼 수 있어 내란의 주체인 점, 이 의원이 총책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회합 당시 이 의원을 비롯한 피고인의 발언에 대해서는 "이석기 피고인의 강연과 집단적 결의의 재확인으로 이어지는 당시 회합은 130여명에게 내란실현의 불가피성을 납득시키고 범행 결의를 독려하는 자리로 내란모의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해석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직접 그 음모에 가담했다"며 "이와 같은 합의는 단순한 추상적, 일반적 합의를 넘어서 특정한 범죄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내란실행 합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주거지와 사무실에서 압수된 김일성·김정일의 전집과 회고록 등 북한원전과 영화, 문건의 이적성과 회합에서 북한 혁명가요인 혁명동지가·적기가를 부른 사실이 인정된다며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도 유죄로 봤다.
이 의원과 김홍열 피고인은 북한 주체사상과 대남혁명전략을 추종하는 RO의 총책과 핵심 간부로 활동하면서 지난해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에서 열린 RO 회합에서 각각 강사와 사회자로 나서 내란을 모의하고 선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홍순석 등 나머지 피고인들은 RO 지령에 따라 결성한 세포모임에서 주체사상을 학습하다가 모임에 참석해 내란을 모의한 혐의다.
피고인 모두는 이밖에도 북한원전과 영화 등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고 북한 혁명가요를 불러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이 의원에게 징역 20년과 자격정지 10년, 이상호 등 나머지 피고인에게 각각 징역 10∼15년과 자격정지 10년 등을 구형했다.
이날 1심 선고로 지난해 11월 12일 첫 공판부터 46차례 이어진 재판이 모두 끝났다.
지난해 8월 28일 이 의원 등 피고인들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지 174일 만이다.
피고측 변호인단은 재판부 판결에 대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항소심에서 1심이 간과한 쟁점을 꼼꼼하고 명백히 밝히겠다"고 항소 의사를 밝혔다.
반면 검찰은 "범죄 실체에 대해 재판부가 실체에 상응한 합당한 판결"이라며 "판결문을 분석해 항소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