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원이 넘는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19일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다원그룹 회장 이금열(44)씨는 철거업계에서는 신화적 존재로 통한다.

검찰과 '적준 철거범죄 보고서'(적준 사법처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1998년) 등에 따르면 이씨는 1986년 설립된 철거용역업체의 시초인 입산개발에서 활동하던 용역들이 나와 세운 '적준'의 회장 운전기사로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적준은 서울 등의 철거현장 31곳에서 83건의 폭력을 행사하고 주거침입, 성폭행, 성추행, 재산손괴, 방화 등을 90여 차례 저지르는 등 온갖 불법행위를 통해 가장 확실한 철거회사로 이름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철거민 2명이 숨지고 490여 명이 다쳤지만 적준은 1990년대 중반부터 재개발 현장을 독점해 1997년 국회에 제출된 서울시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93년 이후 4년간 수주 총액만 570억원이 넘는다.

당시 회장의 운전기사이자 철거현장에서는 행동대원으로 불법행위에 가담, 활약하면서 입지를 다진 이씨는 적준 내 알력다툼이 벌어지자 회장 추천으로 1998년 28세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단숨에 업계 1인자로 올라선 이씨는 회사이름을 악명 높은 적준 대신 다원그룹으로 바꾸고 폐기물업체를 추가로 만들어 철거현장 한 곳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잔재를 맡아 처리했다.

2000년대부터는 시행사와 시공사를 설립해 도시개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굴리며 10억원을 호가하는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등 '철거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손해를 보기 시작하자 이씨는 사업자금, 로비자금을 마련하고자 회삿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삿돈 884억원과 아파트 허위분양으로 대출받은 168억원 등 1천52억여원을 빼돌렸고 이사회 결의 없이 담보도 받지 않은 채 경기지역 도시개발사업에 나선 계열사에 150억원을 부당지원해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

또 공사를 따내기 위해 서울시의회 김명수 의장을 비롯한 전 경기도의원, 전인천시의원, 서울 서대문구청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건네는 등 전방위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이씨의 범행은 다원그룹의 한 직원이 2008년 세무조사를 선처해주는 대가로 전·현직 세무공무원 3명에게 5천만원을 건넨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수사에 나서 줄줄이 드러났다.

그리고 이날 법원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뇌물공여 등 이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철거왕' 신화도 막을 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