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된 조국에서 꼭 다시…" 60여 년을 그리던 혈육과 감격의 재회를 한 이산가족들은 짧은 만남 후 또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 했다.

3년4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1차 행사가 22일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 80명과 동반가족 56명, 북측 가족 174명은 이날 오전 9∼10시 금강산호텔에서 1시간의 '작별상봉'을 끝으로 전체 상봉 일정을 마무리했다.

남측 상봉단은 오후 1시께 금강산을 출발해 남측으로 돌아왔다.
 

1차 남측 상봉단 82명 가운데 2명은 건강 악화로 전날 동반가족과 함께 먼저 귀환했다.

납북어부 박양수(58)씨의 동생 양곤(52)씨는 작별상봉에서 "형님 건강하십시오"라면서 아들 종원(17)군과 함께 형에게 큰 절을 하며 오열했다.

양곤씨는 "42년 만에 만난 형과 또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메인다"라고 말했다. 양수씨는 "통일되면 만난다"라며 동생을 안고 울었다.

북한에 두고온 딸 명옥(68)씨와 동생 복운(75·여)·운화(79)씨를 만난 박운형(93) 할아버지는 "내 계획이 105살까지 사는 것"이라고 딸과 동생에게 건강하라고 당부했다.

여동생 석려(81) 씨를 만난 남측 상봉단 최고령자인 김성윤(96) 할머니의 아들 고정삼(67)씨는 "어머니가 이제 여한이 없다고 하신다"라며 "꼭 통일이 돼서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고령자들 가운데는 건강 악화로 마지막 상봉에 나오지 못하거나 상봉 도중 탈진해 쓰러진 사람도 있었다.

치매 때문에 딸 동명숙(67)씨와 동생 정실(85·여)씨를 알아보지 못했던 이영실(88) 할머니는 결국 건강이 나빠져 작별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다. 정실씨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오환(85) 할머니는 동생 옥빈(72·여)·옥희(61·여)씨를 끌어안고 울다가 결국 실신했다.

이영실, 이오환 할머니는 응급차에 실려 귀환한 뒤 속초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북측 가족들은 작별 상봉 후 남측으로 떠나는 버스 앞에 나와 가족들을 배웅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다시 만나요", "하나 된 조국에서 꼭 다시 만납시다", "건강하세요"라고 외치며 작별의 인사를 했다.

지난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60여 년 만에 해후한 1차 남측 상봉단은 이날까지 개별상봉, 단체상봉, 공동중식, 환영만찬 등 6차례에 걸쳐 11시간을 만났다. 23∼25일에는 역시 금강산에서 2차 상봉이 이어진다.

2차 상봉에서 북측 상봉 대상자 88명과 만나는 남측 가족 357명은 이날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집결해 이튿날 금강산행을 준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