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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박양곤(53.오른쪽)씨가 납북된 박양수(59)씨와 헤어지며 다시만날 기약을 하고 있다. /금강산=연합뉴스 |
남북 이산가족이 60여 년 만에 만난 혈육과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한 22일 금강산은 서러운 흐느낌과 애통한 울음소리로 흔들렸다.
이산가족들이 짧았던 2박3일의 만남을 정리하는 '작별상봉'이 열린 이날 오전 금강산호텔.
이제 1시간 후면 또 영영 작별이라는 생각으로 상봉장은 만남 전부터 침울하고 비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자 곳곳에서는 이내 통곡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납북어부 박양수(58)씨의 동생 양곤(52)씨는 "형님 건강하십시오"라고 외치며 아들 종원(17)군과 함께 형에게 큰절을 했다.
양곤씨는 "42년 만에 만난 형과 또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진다"라고 말했다. 양수씨는 "통일되면 만난다. 믿음을 가지라"며 우는 동생을 달래다가 곧 동생을 부여안고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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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친 강능환(93.왼쪽)할아버지 등 남측 상봉단이 버스에 탑승한 채 북측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잇다. /금강산=연합뉴스 |
동생 철호(78)·경옥(76·여)씨와 조카 학남(35)씨와 만난 뒤 상봉 기간 내내 밝은 모습을 보였던 이명호(82) 할아버지도 이날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 할아버지는 동생 철호씨의 두 손을 잡고 "살아줘서 고맙다. 몸 건강히 해라"라며 울먹였다.
동생 금옥(72·여)·금녀(92·여)씨를 만난 주명순(93) 할아버지는 "우리 또 만날 수 있다. 죽으면 안돼. 난 안 죽어, 죽지 못해"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주 할아버지는 60여 년 만에 만난 동생들의 목소리를 행여나 잊을까 봐 녹음기를 가져와 북녘 가족의 목소리를 담았다.
가족과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헤어짐의 슬픔을 이기지 못한 고령자들은 급격하게 기력을 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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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박운형(93)할아버지의 동생 박운화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금강산=연합뉴스 |
이오환(85) 할머니는 동생 옥빈(72·여)·옥희(61·여)씨를 끌어안고 울다가 실신해 의료진의 응급처치를 받았다.
최근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입원했다가 이번 상봉을 위해 2주 전 깁스를 풀고 온 최정호(91) 할머니는 결국 몸이 아파 작별상봉에 나오지 못했다.
남동생 윤호(86) 씨와 여동생 찬호(75) 씨는 "지금 헤어지면 다시 못 만나지 않느냐"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나 최 할머니와 동생들은 이후 의무실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작별 상봉이 끝나고 남쪽 가족들은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북쪽 가족들은 버스 앞에 나와 눈물을 훔치며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
양곤씨도 창밖의 형의 얼굴을 눈으로 더듬으며 쉴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양수씨는 조용히 울면서 손을 흔들어 동생에게 인사했다.
40년 전 수원 33호와 함께 납북된 최영철(61)씨도 남쪽의 형 선득(71)씨와의 작별 앞에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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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임태호(71)할아버지의 동생 임태옥씨가 손을 흔들며 떠나는 버스를 따라가고 있다. /금강산=연합뉴스 |
영철씨는 떠나려는 버스 앞에서 형에게 "형님, 다시 만나려면 통일해야 합니다, 통일"이라며 울었다. 차장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댄 형제는 결국 고개를 묻고 오열했다.
남쪽 가족들 중에는 종이에 "이모 사랑해", "나중에 꼭 보자"라고 적어 창밖으로 들어보이며 못다한 말을 전하거나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윽고 남쪽 가족이 탄 버스가 출발하자 대부분의 북쪽 가족들은 아쉬움에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망연한 표정으로 눈물만 흘렸다. 일부 가족은 떠나는 버스 뒤를 따라 내달리며 가족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이산가족 가운데 5명은 귀환 직후 속초병원으로 향한다. 2명은 건강 악화로 응급차에 실려 귀환했다.
북쪽 가족들도 남쪽 가족을 보낸 뒤 버스에 올랐다. /금강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