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시작된 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북쪽 대상자들 가운데 남쪽의 가족들이 사망한 것으로 여겼던 사람들이 많아 상봉의 애틋함을 더했다.
북쪽의 김봉기(81) 씨를 만난 동생 연주(79) 씨는 형이 6·25전쟁 때 의용군으로 끌려가고 나서 죽은 것으로 알고 제사를 지내오다 2010년 이산가족 상봉자들이 형이 죽었다는 얘기를 전해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렸다.
그는 오열하며 "형님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제사를 지냈다"고 말하자 형 봉기 씨는 "몇십 년이나 (산 사람의) 제사를 지내다니 이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냐"며 탄식했다.
북쪽에 있는 박종성(88) 씨의 남쪽 가족들도 그동안 제사를 지내왔다.
전쟁 때 의용군으로 끌려간 박 씨가 오랜 시간 연락이 없자 부모님들이 아들을 그리워하며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고 가족들이 소개했다.
금강산에서 오빠 박씨를 만난 세 여동생 종분(80), 종옥(75), 종순(68) 씨는 상봉장에서 오빠에게 부모님의 사진을 보여주고 생년월일을 묻고는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종옥 씨는 오빠의 뻐드렁니를 기억하며 "예전에 실로 묶어서 뽑으려다 잘못돼 뻐드렁니였는데 지금은 (틀니를 해서) 이가 정말 가지런해서 보기 좋네"라며 연방 재회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충남 청양이 고향인 북쪽 박창순(86) 씨의 남쪽 가족은 서울에서 공부하다 박씨가 행방불명되자 죽은 줄 알고 사망신고를 했다고 한다.
동생 풍림(74) 씨는 "형이 학비와 숙식비가 면제되는 체신학교에 다녔는데 6·25때 시골로 못 내려와서 돌아가신 줄 알고 사망신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날 상봉에 함께 참가한 형 형순(93), 여동생 소림(81), 남동생 세림(77) 씨는 창순 씨와 서로 나이 차이를 계산하면서 띠를 서로 묻고 옥신각신하면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이번 상봉에 나온 북쪽의 대상자 오원근(81) 씨의 남쪽 가족도 같은 사례.
원근 씨의 여동생 정분(73) 씨는 이산가족 면회소 단체상봉장에 먼저 나와 기다리다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오빠 원근 씨를 보고는 "그때 작은 집에 간다고 그랬는데 왜 안 들어왔느냐"며 투정을 했다.
이어 "오빠 죽은 줄 알고 사망신고를 했는데 작년 9월에 연락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며 상봉의 기쁨을 나타냈다.
죽은 줄 알고 '영혼결혼식'까지 시켜줬었다는 언니 홍석순(80) 씨를 만나는 동생 명자(65) 씨는 상봉 전에는 "네 살 때 헤어져 언니 얼굴도 모르겠다"고 했지만, 막상 상봉장에서는 얼굴에 웃음꽃을 잃지 않았다.
명자 씨는 언니에게 사진 찍기를 권하며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해. 얼굴 나와야지…"라며 60여 년 만에 만난 언니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많이 담아가려고 애를 썼다. /금강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