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A씨는 최근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평소 애지중지하던 고양이 2마리를 수원에 사는 B씨에게 입양보냈다.

A씨의 고양이는 먼치킨 숏레그 등 100만~150만원을 호가하는 종이었지만, 책임비 20만원만 받고 B씨에게 고가의 고양이 용품까지 넘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B씨가 입양한 고양이들을 남양주의 교배업체, 인천의 고양이 카페 등을 통해 비싼 값에 팔아버린 사실을 알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B씨가 종종 고양이 사진들을 찍어 보내주고 성장 과정을 알려주겠다고까지 했는데 입양 직후 연락이 닿질 않았다"며 "유명 인터넷 고양이 카페 몇 군데를 검색해보니 B씨에게 나처럼 피해를 당한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고 성토했다.

B씨는 유명 인터넷 고양이 카페에 이름·아이디·전화번호 등을 바꿔가입 페르시안, 먼치킨 숏레그, 뱅갈 고양이 등 비싼 종의 고양이들을 가정으로 입양한다고 속인 뒤, 고양이 카페, 교배업체 등에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C씨 역시 2년간 키우던 애완견을 D씨의 가정에 입양보냈지만, 서울의 한 애견 카페에서 수십만원을 물어주고 애완견을 되찾아와야만 했다. D씨가 C씨의 강아지를 가정으로 입양한다고 속인 뒤 애견카페에 되팔아버렸던 것.

C씨의 강아지는 한 달 넘게 낮에는 손님들의 장난감으로 혹사당하고 밤마다 더럽고 좁은 철창에 갇혀 지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애완동물을 가정으로 입양한다고 속인 뒤 비싼 가격으로 애견카페, 번식업체 등으로 되파는 악덕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자들을 처벌할 법적인 근거마저 미흡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고양이·강아지를 다른 가정으로 입양보낼 때 소정의 '책임비'라는 것을 받는데 적은 돈이긴 하지만 (애완동물에 대한)소유권이 넘어간 것으로 보기때문에 악덕업자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를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 동물보호시민단체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이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반려동물을 입양보낸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도, 법적인 근거도 없는 상태"라며 "입양을 보내기 전 입양자의 신상과 애완동물을 기를 수 있는 상황인지 잘 확인하고 계약서를 작성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