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산가족상봉 결과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관계 개선의 '첫단추'로 주목받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5일 마무리되고 나서 남북 간 접촉이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의 여세를 몰고자 지난 24일 구제역 방역 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북측은 27일로 나흘째 묵묵부답이다.

북한이 지난 23일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에 구제역 방역 지원을 요청한 것을 보면 이런 태도 뒤에는 나름의 셈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남북 양측이 본격적인 관계 개선 논의를 앞두고 주도권 잡기를 위한 샅바싸움을 벌이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남북은 각각 우선순위로 삼는 의제가 크게 다른 상황이다.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북한 비핵화에 방점을 두지만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등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은 추후 접촉에서 서로 관철하려는 의제가 우선 논의될 수 있도록 유리한 대화의 판을 짜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날짜를 정해놓지 않았지만 남북은 이산가족 문제 등을 논의할 적십자 실무 접촉과 남북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고위급 접촉을 다시 열기로 합의해놓은 상태다.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비교적 쉬운 인도주의 사안을 논의할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먼저 제의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적기에 제의하기 위한 준비가 내부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도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번 상봉 행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계획"이라며 "북한도 문제 해결에 협조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북한은 자신들의 관심사인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고위급 접촉 채널을 주도적으로 제의하면서 남북 대화 방향을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 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키 리졸브 연습 첫날인 24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3차례 침범, 의도적 긴장 조성에 나선 것도 앞으로 남북 협상을 앞두고 주도권 확보를 위한 포석을 깐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북관계의 일정한 개선으로 궁극적인 목적인 북미 및 북중관계 개선을 위한 여건을 어느 정도 조성했다고 판단한다면 앞으로 남북 접촉에서 조급히 성과를 내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