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제2, 제3의 '송파 세 모녀 비극'을 막기 위해 이번 사건을 사회안전망과 복지전달체계의 관점에서 재구성해 심층 분석하고 대안 마련에 나선다.

엄의식 서울시 복지정책과장은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송파구 세 모녀 사건에 대해 세 모녀 사건을 재구성해 사회안전망과 복지전달체계의 허점을 찾아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엄 과장은 "자살사건이 발생하면 '심리 부검'을 하듯 이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이끈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일종의 '제도 부검'을 시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자살자의 생전 행적과 주변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자살자의 심리를 재구성해 원인을 규명하는 심리 부검의 방법을 적용해 세 모녀 비극을 불러온 제도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따져 대안을 찾겠다는 게 서울시의 의도다.

지난달 26일 송파구 석촌동에서 마지막 집세·공과금과 함께 "죄송합니다"라는 글귀를 남기고 박모(60)씨와 30대 두 딸이 세상을 등진 사건은 현행 사회안전망의 허점과 복지전달체계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세 모녀는 가장 기본적인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위기 가정 지원제도인 긴급복지제도, 민간자원 연계 지원 등 그 어느 제도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중앙과 지방정부 할 것 없이 '발굴' 노력을 하지 않아 생존 위기에 놓인 세 모녀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세 모녀가 실제 동주민센터에 직접 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기초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을 것이라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긴급지원제도를 신청했어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을지도 미지수다.

다만, 차상위계층에 주어지는 의료급여 대상에 선정돼 큰딸이 병원비를 지원받았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앓은 당뇨로 거동조차 불편한 큰딸을 둘째 딸이 전담하다시피 챙겨야 했고 어머니 박씨가 식당일을 해가며 생계를 이어야 했던상황이 의료급여 지원으로 '개선'됐을 리는 만무하다.

이에 따라 우선 서울시는 세 모녀의 소득, 두 딸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 채무, 건강상태, 월세 보증금 등 파악 가능한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동주민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꼼꼼하게 따져볼 계획이다.

아울러 지원 불가 대상자로 파악된다면 어떤 요인 때문인지를 파악하고 세 모녀의 사망 전 모든 과정을 복지제도의 관점에서 되밟아 꼼꼼히 따져 그 결과에 따라 제도 보완에 나선다.

서울시는 또 이번 세 모녀 비극의 주요 원인으로 여전히 낮은 '복지권리의식'을꼽고, 권리의식 확산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엄 과장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복지제도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활용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시민들이 아직 많은 것 같다"며 "복지가 권리라는 인식을 어떻게 확산시킬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