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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기술특전사 중소기업 잡페어가 열렸다. 면접이 진행되는 한 업체 앞에서 지원자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올해 대규모 공채방식의 변화를 예고하고 나서자 취업시장에서 혼선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의 직무분야를 연구개발과 구매 및 부품개발, 플랜트 등으로 정해 사실상 지원자격을 이공계 출신으로 한정하는 채용계획을 7일 밝혔다.
대신 인문계 출신에 대해서는 상시적으로 입사지원서를 받아 수시로 선발하는 '신입 상시채용' 제도를 도입한다. 이들은 주로 전략기획 부문(경영지원, 해외영업지원, 마케팅, 재경) 직무에서 일한다.
결국 이공계는 정기 공채, 인문계는 상시채용을 통해서만 선발하는 셈이다.
서류전형 부활, 총장추천제 도입 등 열린 채용 방식을 시도했던 삼성그룹에 이어 현대차도 대규모 공채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기존 채용방식에 메스를 대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도 삼성과 고민이 같다"라며 "모든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의 달인'이 돼 삼성과 현대차만 파고드는 현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입사 선호도 1, 2위를 다투는 두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지원 열기로 사회적 폐해 논란이 적지 않았다. 삼성그룹 응시자만 연간 20만명에 달해 탈락자들이 무더기로 양산된다.
한 기업체 인사 담당 간부는 "취업 준비가 점차 '고시화'되면서 지원 과열과 함께 모범답안과 쇼맨십 위주의 '면접 기계'가 양산되는데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이번 변경된 채용제도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중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상시채용 제도에 대해서도 현대차 입사를 준비해오던 인문계생들로선 당혹해할 수밖에 없다.
당장 인문계 출신들이 10일부터 시작되는 상반기 공채에는 응시할 수 없게 되자 일각에서는 '인문계 차별'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취업 사이트에는 현대차의 바뀐 제도에 대한 문의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공채와 달리 상시채용은 전체 채용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인문계 인력을 적게 뽑으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A대 어문계열 졸업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 박모씨(27)는 "휴학을 하면서까지 현대차 입사 준비를 해왔는데 바뀐 제도로 기회를 박탈당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채용방식만 바뀌었을 뿐 인문계 출신의 총 채용규모나 비율은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현대차의 인문계 채용 비율은 전체의 30%를 오르내렸는데 올해에도 이 정도 비율은 유지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인문계 인력의 수요가 꾸준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차그룹 전체로는 작년보다 100명 증가한 8천600여명의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별, 직군 및 계열별 채용규모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당초 계열 구분없이 모든 인력을 상시채용으로 선발하는 방안도 고려했었으나 올해에는 공채 폐지에 따른 혼선을 줄이기 위해 인문계만 상시채용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이공계 출신들에 대한 상시채용 제도 적용도 검토중이다.
상시채용 제도는 4년제 정규대학의 3∼4학년생들과 이미 졸업한 입사 희망자들이 수시로 입사 지원서를 등록하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주도적으로 희망하는 직무를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문계 차별은 말도 안된다"며 "1년에 한두차례 진행되는 공채준비로 구직자들이 과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 채용제도를 시험해본 뒤 우수인재 채용률, 응시생들의 만족도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거쳐 제도를 최종 확정할 것"이라며 "옛 제도로 돌아갈 여지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