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간첩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아니 쓴웃음만 나온다. 단순한 간첩사건이 국가정보원 협조자로 알려진 김모씨의 자살미수사건으로 비화되고 정치쟁점화되면서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도 그렇고, 국정원의 이해할 수 없는 사태수습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과연 국정원에 맡길 수 있는지 이제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여론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다보니 공무원 유우성씨가 간첩행위를 했는지의 진위여부는 어느새 물건너 가고 증거조작에 국정원이 어느 정도 개입됐는지, 어느선까지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어가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은 어제 이번 사건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만일 검찰의 수사로 부족하다면 정부 스스로 중립적인 특검을 해서라도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겠다는 자세를 가져야만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검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야당측에서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다. 선거를 위한 의도적인 정치적 쟁점화라고 하기에는 그만큼 사건의 중대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저지른 일은 너무 어처구니 없다. 1심 재판에서 공무원 유씨의 간첩혐의가 무죄로 선고되자 국정원은 정보원 김씨가 들고 온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대해 중국 정부가 문서의 위조를 확인해주자 김씨를 귀국시켜 조사를 위해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 조사를 받던 그가 유언장을 남기고 자살을 기도하면서 일은 꼬여가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은 지금 생각지 못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씨의 유서도 진실성을 확인할 방도가 없다. 유씨의 간첩행위 여부도 마찬가지다. 중국 국적을 갖고 있는 두명의 조선족과 국정원의 치명적 실수로 인해 중국에 기반을 둔 대북 정보라인이 모두 무너지고, 국정원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정치권은 물론 국론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이 이번 일을 또 대충 넘길 생각이라면 이는 큰 오산이다. 이제 국정원장이 나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국정원이 침묵할수록 의혹은 더 확산되고, 국정원 댓글의혹처럼 혼란은 더 가중될 것이 뻔하다. 국정원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사태 해결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