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 시간 만큼의 대가를 주장하다가 일자리마저 잃어버렸습니다."

세계여성의날(3월 8일) 106주년을 기념해 지난 6일 부평구 인천여성가족재단 대강당에서 열린 인천여성노동자대회에서는 열악한 근로조건을 호소하는 중·장년층 여성근로자들의 절규가 쏟아졌다.

인천 영종도의 한 특급호텔 심야 청소 근로자로 2년여간 일한 이상숙(54·여)씨와 한귀동(65·여)씨는 올 초 자신을 고용한 용역업체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이 호텔 심야 청소근로자 10명 가운데 8명이 노조를 결성하고, 용역업체와 원청인 호텔에 대해 최저임금법 위반과 허위 근로계약서 작성 등을 주장했지만 노조 근로자 8명이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밤 9시부터 12시까지 호텔 로비 등의 바닥을 닦고, 또 새벽 1시부터 6시까지 청소했다"며 "카펫 청소 약품 냄새에 항상 시달려야 했고, 행사가 많은 주말엔 휴식시간마저도 반납해야 했다"고 했다.

한씨도 "근로계약서에는 하루 6시간 일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며 "하지만 실제로 8시간을 일했고, 그 시간 만큼의 대가를 주장하다가 일자리마저 잃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지역 여성 근로자들 가운데 특히 중·장년층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더 열악한 근로조건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해동안 인천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을 찾은 여성근로자 398명 가운데 50세 이상이 139명(34.9%)으로 가장 많았다.

40~49세 여성도 74명(18.6%)을 차지하는 등 상담자의 절반 이상이 중·장년층 여성으로 나타났다. 대다수가 계약직, 용역직 등의 비정규직인 이들은 임금체불과 관련한 상담 88건, 직업병 또는 4대 보험 관련 40건, 부당해고 27건 등 주로 근로조건에 대한 상담을 했다.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 이학금 사무장은 "중·장년층 여성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관련 상담자 가운데 81.8%를 차지하고 있다 "며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장년층 여성에 대한 맞춤형 보호장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