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李會昌 총재가 28일 상도동으로 金泳三(YS) 전 대통령을 방문한 것은 안기부 자금 파문에 따른 수세를 만회하기 위한 '공동대응'을 타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여권의 안기부 '유용예산' 940억원의 국고환수 추진이라는 카드가 차기 대선에서 운신의 폭을 제약하려는 의도로 판단, 李 총재가 YS와의 연대를 통해 '정면돌파'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가 사실상 끝내기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이번 사건이 구 여권 핵심부로 이어지는 고리를 놓지 않고 있는 데다, 국고환수 소송을 통해 야당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 회동이 이뤄진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바로 영남 지역기반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어온 두사람을 한데 묶을 수 있는 이해관계의 공통분모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회동을 놓고 두사람이 향후 안기부 자금을 둘러싼 여권의 공세를 무력화하고 정국 추이에 따라 재점화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야당 주변에서는 여권이 안기부자금 출처를 놓고 갖가지 설을 흘리며 李 총재와 YS간 불화를 조장해온 점에서 이번 회동을 통해 서로 있을 수 있는 '오해'를 일소하겠다는 뜻도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3 金+α'를 묶는 '反 李會昌' 연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때 李 총재로선 YS를 '반 DJP 진영'에 묶어 차기대선가도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李 총재가 먼저 회동을 '요청'하고 일정을 金 전 대통령에게 맞추는 등 'YS 예우'에 각별한 신경을 쓴 외양을 갖춘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YS는 그동안 李 총재가 전직 대통령과 '정치 선배'에 대한 예우를 갖춰줄 경우 양자간 회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李 총재측에 비쳐왔고 결과적으로 李 총재가 이를 수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회동이 앞으로 두사람간의 제휴나 연대로 이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라는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두사람이 안기부 자금사건이라는 위기국면을 맞아 서로의 '필요'에 의해 '오찬회동'이라는 모양새를 통해 연대의 첫 매듭은 풀었지만 두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될지는 향후 정국 추이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연합〉